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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틴틴문 Feb 06. 2020

방콕에서 보물찾기

제주 촌놈 방콕에서 지하철을 타보고

태국 방콕


방콕에서 보물찾기

  재홍이 제주로 돌아갔다. 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숙소를 옮겼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정은 내게 낯선 경험이었다. 방콕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곳 전철엔 BTS와 MRT가 있다. BTS는 지상 위를 달리는 전철이다. (이곳의 BTS는 방탄소년단이 아니다.) 반면, MRT는 지하를 달리는 전철이다. 안타깝게도 이 두 전철엔 환승이 없다.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 결제를 하고 탑승해야 한다. 역내 자판기로 가고자 하는 위치를 누르고 거리를 따라 책정된 값을 지불한다. 그럼 자판기가 토큰을 뱉는다. 표는 카드형과 토큰형이 있다. BTS(지상철)는 카드형, MRT(지하철)는 토큰형이다.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잘 탈 수 있게 되었다.(제주 촌놈이라 지하철은 어렵다.) 


  처음 방콕에서 지하철을 탈 때 공항에서나 볼 법한 검문 검색대가 있어서 쫄았다. 사실, 동남아나 인도, 다른 국가에선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이 안전해서 저런 게 없는 거였다.) 외국을 테러리스트, 범죄자의 소굴로 생각했던 당시엔 모든 게 무서웠다. 쾌적하고 깔끔한 전철 내에서도 누가 혹시나 퍽치기라도 하지 않을까 뜬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전철 내에 설치된 TV에서 당시 유행이던 런닝맨 출연자 하하와 이광수의 광고가 나오면서 긴장이 풀렸다. 태국 광고에 한국 연예인이 나오다니 신기했다. 한류의 바람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곧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Phaya thai역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역을 나서는데 검문검색하는 보안요원들로 가득했다. 역시나 다에시(Daesh)라 불리는 집단 IS의 테러 확산으로 인해 배치된 인력이었다. Phaya tai역을 나서자 과일 장수가 보였다. 썰어진 파인애플을 샀다. 방콕엔 과일 장수가 참 많았다. 거리 어디에든 과일을 썰어서 저렴하게 파는 사람이 많은 덕분에 비타민 섭취는 걱정이 없을 거 같았다.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맸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찾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게스트하우스는 큰 거리에 있지 않았고 골목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태국 방콕은 길이 복잡했다. 게다가 골목을 가다 보면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딱 거기서 멈춘다. 나가려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 밖엔 방법이 없었다. 





  골목 안은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동네였다. 친숙한 느낌이었다. 이들에게도 삶이 있다는 걸 진심으로 깨닫게 해 준 순간이었다. 사실, 패키지여행을 다니다 보면 관광지와 호텔, 식당을 중심으로 다니게 된다. 그럼 실제 이곳이 사람 사는 공간이란 걸 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혼자 외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느라 길을 헤맸던 이 순간이 내겐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 되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배낭 하나만 메고 낯선 삶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마치, 화장을 짙게 한 사람이 나완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가, 민낯을 보고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느꼈던 심정이랄까. 


  성벽으로 둘러싸인 미로처럼 느껴졌다. 집이 계속 붙은 채로 이어졌다. 집집마다 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서로의 집이 붙어 있으면 옆집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들리지 않을까. 나는 대문마다 번호표가 있는 걸 발견했다. '숫자/숫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164/68을 찾아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살폈다. 돌고 돌아 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164/xx가 보였다. 나는 꼬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점차 가까워졌다. 나는 결국 164/68,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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