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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Mar 30. 2016

휴지

어쩌면 당신 곁의 그 사람.

네가 어리던 어느 날

사람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리 찔리고 저리 채여 눈물을 흘릴 때,

나를 주었다.


네가 조금 더 자라

혼자서 서는 법을 배우며

넘어지고 긁혀 피를 흘릴 때,

나를 주었다.


네가 어느새 나이를 먹어

넘어지지 않으려 허겁지겁 살아온 삶에

번잡하게 물든 더러움을 닦아내려 할 때,

또 나를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떠나가고.

홀로된 나를 돌아봤을 때,

황갈색의 살갗만 앙상하게 남아,

남루한 셔츠 자락을 펄럭였다.


그제야 나는 웃으며

무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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