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 곁의 그 사람.
네가 어리던 어느 날
사람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리 찔리고 저리 채여 눈물을 흘릴 때,
나를 주었다.
네가 조금 더 자라
혼자서 서는 법을 배우며
넘어지고 긁혀 피를 흘릴 때,
나를 주었다.
네가 어느새 나이를 먹어
넘어지지 않으려 허겁지겁 살아온 삶에
번잡하게 물든 더러움을 닦아내려 할 때,
또 나를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떠나가고.
홀로된 나를 돌아봤을 때,
황갈색의 살갗만 앙상하게 남아,
남루한 셔츠 자락을 펄럭였다.
그제야 나는 웃으며
무덤을 향했다.
Gyu 찍고 이한미루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