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하여
호박색 태양이 익어 내리던 여름.
흘러내리는 땀에 지쳐 옷을 벗어젖혔다
불어오는 바람, 하늘의 숨결에
땀 식힐 겨를도 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박색 눈동자가 몰려들었다.
벗어젖힌 옷의 여백만큼 드러난 맨살을 가득 메웠다
누군가는 찬양했다, 휘파람불며
누군가는 야유했다, 혀를 차며
하지만 그들의 눈은 똑같이 말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호박의 달짝지근함에 취한 나,
하나 둘 옷을 벗는.
나체의 나,
황색의 살가죽만 남은.
마침내 나체로 그들 앞에 섰을 때,
호박은 모두 떠나갔다.
어느새 모든 것은
나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