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12월로 들어서는 마지막 날이다. 취업이니, 알바니 잠깐 앓고나면 크리스마스가 오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번진다. 겨울 귤을 까먹은 손끝처럼 노랗게. 처음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지정한 기념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뭐 대단한 약속이라도 있느냐고? 글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론 대단한 약속은 있었다. 나는 그 날 아름답게 꾸며진 거리를 더 아름다운 사람과 거닐 것이다. 저녁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초밥을 먹을 것이고, 디저트론 초코 크림이 잔뜩 올라간 크레이프 케익을 먹을테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올해의 기대를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는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도 함께 했으니까. 그럼 왜 유독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기대될까? 왜 나는 앓고 있을까?
나에게 물었다. 정확하게는 나에게 물으려 이 글을 썼다.
내가 답했다.
난 설레고 싶은 걸까?
우울한 울림이 툭 떨어졌다. 요즘의 나는 팍팍했다. 우선 외출 자체를 꺼렸다.
'9시부터 5시까지, 조금 타협해서 10시부터 4시까지는 공부시간이니까 그때까지는 공부하고, 밥먹고, 씻고…. 놀러 나가자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만나봐야 술을 조금 마신 후 pc방에서 진탕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가 게임 중독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일 게임을 하고 싶어했고,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불과 몇달 전까지 (아니, 몇년 전일까?) 혼자서 잘만 나돌던 나였는데. 오히려 집에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밥은 꼭 챙겨먹으라고 걱정을 듣던 나였는데….
이제는 집에서 최소 두 끼, 많으면 세 끼를 먹는다. 밖에 나가는 이유의 8~90%는 데이트였고, 아니면 집에서 쉬었다. 그러다보니 통장잔고가 촉촉했다. 옷을 사러가야지 마음먹은게 벌써 한달이 되어갔다. 그동안 단 한 장의 티조차 사지 않았다.
귀찮은 거냐고? 아니, 그건 아냐. 다만 멀게 느껴졌다. 외출을 하는 것도, 옷을 사는 것도. 와중에 식욕은 강백호처럼 왕성해 살이 좀 쪘다.
결국 설레는 건 음식 앞에서 뿐일까? 아니, 음식 앞에서조차 설레지 않았다. 먹는 만큼 찐다는 생각이 항상 붙어있었으니까.
'언제부터 일까?'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언제부터'는 의미없었다.
'어떡하면 설렐 수 있을까?'
회의감부터 들었다. 인위적으로 설렘을 느낄 수 있을까? 내 작은 손에는 쥐어진 방법이 없었다.
누구나 설렌다는 그 날이 오면, 나도 조금은 설렐 수 있겠지. 눈이라도 오면 더 좋겠지.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와중의 나도 알고있다. 그 날이 온다고,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또 아무 이유 없이, 내일 당장이라도 멀쩡해 질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이 글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앓고 있던 우울은 나을듯 남아 나를 태우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