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우울합니다. - 치유 에세이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by 업계포상

요새 좀 우울한가 봅니다.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두 시, 하루는 네 시. 점점 늦어지던 잠이 결국 아침 해가 뜨고도 오지 않아, 9시를 맞이했습니다. 달콤하게 데운 우유도,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는 나만의 노하우도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아, 깨어있는 새벽은 두려웠습니다. 내일 출근은 어떡하지? 지각인가? 아, 9시부터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자도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짜증 난다. 왜 못 자는 거야?


나 설마 우울증 온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이었습니다. 우울에 젖은 밤은 늘 아침 해를 보며 저물었으니까. 두려웠습니다. 감기만큼이나 흔하다지만, 감기처럼 가볍지는 않은 녀석이었으니까. 또 나는 항상 긍정적이고 싶었으니까. 며칠 외면해봅니다.

아냐, 아닐 거야. 그냥 좀…. 그런 날일 거야. 아! 커피! 오늘 커피 마셨지!

애꿎은 커피를 탓해봅니다. 평소랑 그리 다를 바 없는 양을 마셨는데 말이죠. 하지만 애쓴 외면에도 변하는 건 없습니다. 커피가 없는 날의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다시 골똘히 생각해봅니다.


아, 진짜 우울증인 거 아냐?


두렵습니다. 우울증, 이름만으로도 쿵쾅쿵쾅 심장이 겁에 질립니다. 하지만 왜 두려운 걸 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우울증이면 왜 안 되지? 흐음,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처음 겪는 일도 아닙니다. 이놈의 감기는 가을이면 거의 찾아오곤 하거든요. 그런데 뭐가 그리 두려웠을까요?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녀석을 두려워할 이유, 우울증이면 안 될 이유.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우울증이면 뭐 어때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연인에게 털어놔도 봅니다.

‘나 우울증인가 봐.’

당연히 걱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녀를 안심시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진심입니다. 막상 인정하고 나니 그럴 수도 있지 싶습니다(워낙에 태만한 놈인지라….)


물론 우울증은 무섭습니다. 앞으로 며칠을 새게 될지 모릅니다. 얼마나 긴 새벽을 보낼지, 또 몇 번을 울지 모릅니다. 우울이란 으레 그런 녀석이니까. 하지만 존재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늘 무뚝뚝하게 나를 찾아왔지만, 또 언제나 나를 떠나갔으니까. 몇 번의 우울을 떠나보낸 나는 압니다. 녀석은 결국 날 놓아준다는 것을. 벌써 몇 번이나 찾아온 우울, 박대하는 것도 미안합니다. (바보 같은 친절이지요.)


에, 그다지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우울입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우울한 나 또한 나라는 것을. 또 나는 매 순간 밝고 행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만 조금 반성합니다. 그동안 스스로를 살피지 못한 나를. 그리고 매 순간을 긍정하려고 몰아세웠던 나를.


나는 지금 우울합니다. 두렵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나는 이 우울을 받아들여, 떠나보낼 준비를 하려 합니다.



누구에게는 무거운 병을 쉽게 쓴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우울증 또한 떠나가리라 믿습니다.
내일은 웃을 수 있는 하루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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