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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Jul 13. 2017

소, 손님? 손님!?

참새는 짹짹 허수아비는 시무룩

 빼놓는 걸 잊어버린 우산, 대머리 아저씨의 샴푸, 그리고 손님 없는 날의 바리스타. 그것들의 공통점은 지독히도 무용하다는 것이다.


 파아란 카페의 아침은 분주하다. 떨어진 물류를 발주하고, 각종 기계와 포스 전산업무를 본다. 바닥을 징징 윙윙 청소하고, 쓱싹쓱싹 테이블까지 모두 닦는다. 그것뿐인가? 컵 채우랴, 냅킨 채우랴, 시럽 체크하랴 파우더 소분하랴. 아주 매 아침이 전쟁이다. 전쟁이야. 분명 가게 오픈 한 시간 전에 출근하건만, 가게 준비만으로도 오픈 시간 삼십 분을 훌쩍 넘긴다. 나는 구슬땀 송골송골 맺혀가며 겨우겨우 매장 준비를 끝낸다.


 에, 그러고 나면 뭐하냐고? 글쎄, 가만히 있다. 카페란 놈은 한 번 준비를 끝마치고 나면, 손님이 와야 가동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길고 지루하다. 혹시나 빠트린 물류가 있나 체크를 하고, 한두 개 쓴 컵을 채워 넣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일을 위한 일. 시간을 때우기 위한 일이다. 컵이나 파우더 등은 쓸 만큼 쓰고 채우는 것이 효율적이며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대체론 그 정도 하면 손님이 온다. 나는 손님을 맞이해 음료를 만들며, 단골손님과는 한두 마디 근황을 나누기도 한다.


 근데 꼭 그런 날이 있다. 모든 지구인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지나가는 이마저 없는 날이. 그럴 때면 나는 변신한다. ! 저 어디 비쩍 말라붙은 논의 허수아비로.


 허수아비는 서있다. 참새가 오던 오지 않던. 허수아비는 참새를 쫓기 위해 서있으나, 그의 의미는 오직 참새로 인해 증명된다. 텅 빈 매장은 꼭 죽어버린 논, 참새는 내리쉬지 않는다. 그저 시간을 녹여 돈을 사는 허수아비는 서있다. 목적도 의미도 없다. 펼치고 선 두 팔에 신념 한 자락 매달려있을 뿐이다. 아아, 하릴없는 허수아비는 오늘 청소한 그라인더의 어정쩡한 커피 맛이나 맞춘다. 하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커피 맛은 그 어느 때보다 최상으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손님이 없다.


 그런 날의 참새. 아, 아니. 손님은 얼마나 반가운가. 나는 우히히- 웃으며 커피를 내린다. 쿠키를 곁들여주기도 하고, 얼굴이 익은 사이라면 말을 걸기도 한다. 사실 누가 오든 말 한마디를 붙이고 싶은데, 없는 숫기가 그렇게 뒷목을 후려친다. 그래도 그저 들떠서 싱긋싱긋 잘도 웃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손님만 오면 그렇게 하는데….


 하지만 역시나 오늘은 그런 날이다. 오전 내내, 다섯 명의 손님도 스쳐가지 않는 날. 비도 오지 않는 하늘이 괜스레 미워진다. 클래식은 쓸쓸한 공간을 메운다. 나는 오래 다문 끝에 쩍쩍한 입을 다시며, 손님을 기다린다. 아아, 오늘은 참 손님 없다. 휘청휘청, 오늘도 허수아비 하나 참새를 기다리며 서있다.




 그러니 여러분 비어있는 카페를 발견하거든 저긴 왜 저렇게 손님이 없지? 진짜 별로인가? 생각지 마시고, 한 번만 들어와 주세요. 누구보다 여러분을 기다리던 바리스타들이 극진한 정성으로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어쩌면 용기 있는 날의 제가 말을 걸지도 모르죠. 아무튼 남은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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