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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Jul 20. 2017

시무룩...

무시받는 하루

 패스트푸드점의 바리스타란 기대가 없는 자리다. 나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의 규칙을 지켜 최상의 맛을 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천 팔백 원의 아메리카노를 받아드는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커피가 뭐 맛있겠어? 심지어는 버젓이 바리스타가 서있는 앞에 대고 말하기도 한다. 


 “난 이런 곳 커피 안 먹어.”


 어딜까? 그 ‘이런 곳’은. 과연 내 커피를 마셔본 적은 있을까? 의문은 품지만, 묻지는 못한다. 이곳에서 내 위치는 바리스타 이전에 종업원. 매상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조차도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하다. 대중적 선호에 맞춘 블렌딩, 거기에 한 샷으로 맛을 내기위해 강 배전. 매일 무게도 재지 않고, 초도 세지 않는 커피. 나라도 안 믿을 거다. 이런 곳의 커피는….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우리는 이미 모든 게 정해진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규칙을 다소 버리더라도 손님의 취향에 맞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하여 ‘이런 곳’ 따위의 무시를 받을 때면, 푹푹 무릎이 꺾인다. 난 뭘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힘내고 있는 걸까? 의문이 날 찌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 나 또한 ‘바리스타’라고 불리기엔 멀었다. 나는 누가 봐도 부족한 바닐라 시럽을, 그저 이번만은 넘어가지 않을까? 이 정도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날 속이며 손님에게 제공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지. (이 지면을 빌어 모자란 사과를 전해봅니다. 소곤소곤.) 하지만 더 반성하고, 더 귀한 샷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노력하고 있는 우리들이, 더는 자리를 탓으로 무시 받지 않기를 바란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그 유명무실한 말이, 같은 서민들 사이에서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저 감옥 속 무뢰배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 돈과 옷과 자리를 이유로 누구도 타인을 폄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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