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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계포상 Mar 30. 2016

4월 어느 날의 비.

안녕, 친구들

 아... 비 온다.

 한 방울. 두 방울. 톡 토도독 톡.

 멍하니 앉아 밖을 바라본다.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 우산 위에 내려앉는 소리. 모여서 떨어져 바닥에서 흩어지는 소리.  


 이내 뭉게뭉게 젖은 흙냄새가 피어오른다.

 아아...

 멍하니 발을 담근다.

 질척-, 낮은 흙바닥과 고인 물이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대지. 땅은 살짝, 꿈틀거린다. 약동한다.

 밟힌 흙의 친구들이 우르르 신발 옆으로 삐져나와 와-하고 달려든다. 신발 옆이 조금 더러워진다. 발을 조금 들어, 물 안에서 훌훌 턴다. 씻어낸다.

 미안해 친구들아... 하지만 너흰 이 비가 그치면 곧 무거운 흙더미로 변할 거잖아?

 딱 그만큼의 애도를 전한 후 딱한 표정으로 잠시 바라본다. 1초. 2초. 3초. 됐다. 다시 고개를 든다.


 검은 우산만큼 가려진 하늘. 온통 검은 애벌레 투성이다. 윽, 애벌레가 뿌려대는 빗물이라. 생각하니 순간 찌푸려졌지만, 찌푸린 얼굴에 톡하니 떨어진 빗방울은 어째 시원하다.

 아무래도 맑고 투명한 녀석인가 보다. 움츠렸던 어깨가 펴진다. 마음이 놓인다.

 톡 토독. 두 세 방울 더, 왼쪽 턱에 한 방울과 오른쪽 뺨 두 방울.

 아차, 이런. 안경에 떨어졌다. 우산을 고쳐 잡으며 고개를 내린다.


 응? 언제 왔대? 초록빛 이파리 위에 송골송골 어미와 같은 친구들이 매달려있다. 녀석들은 언제나 풀잎을 걱정하며 세수도 시켜주고, 물도 한 모금 가져다주고, 밥도 한 움큼 물어다주고,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받쳐 아들의 뿌리에 스며들어서는, 아들의 미래에 자신의 현재를 바친다. 딱 우리네의 어머니와 같은 친구들이다.

 토도독 톡. 어미 한 방울이 떨어져 스민다. 풀잎은 깔끔히 세수한 얼굴을 빛내며 방실방실 웃는다.

 희생을 존경하는 애도를 담아 마주 웃어준다. 빗방울에 번져 흐르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짙푸른 녀석. 다행이다. 헛되지 않아서.


 다시 허리를 편다. 비가 그쳤다. 우산을 탁- 접는다. 헤어짐이 아쉬워 매달려있던 친구들이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그러고도 더러는 아직 축축히 남아있다.

 다음에 또 만나자구-

 심심한 인사를 보내며,

 안녕. 친구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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