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모른다 13
사는 내내
한 그루를 기른다
여기저기 몇 그루 아니라
오직 하나만 기른다
아름다운 꽃 피우려는 게 아니라
모난 데를 가지치기하여
한 자리 누가 기댈 곳 내어주련다
나는 잎을 염색하지 않겠다
장마 지나도 뿌리 썩지 않도록
가끔은 갈라진 마음들도
간지러보겠다
햇발이여 나를 패라
세상의 불꽃에 눈부신 재가 되도록
이 그림자를 갈라라
웅덩이를 거울 삼아
웃는 연습을 하던 시절 떼어내고
마르고 눅눅한 자리 가리지 않으며
등빛 어린 사람이 되어
어둑한 등살을
말하지 않아도 쓸어주겠다
다만
너도 와주어라
누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늘도 어둠일 뿐이다
21.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