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모른다 14
장롱과 벽 사이로 난 틈에서
너는 어젯밤
마지막 숫자를 세었다
나는 처음부터 숨지도 않았는데
닫히지도 못하는 무덤에서
너는 세상을 숨겼다
네가 나를 찾을 차례
찾아주기를 기다리며
나는 멈추었다
불러도 오지 않을 이름아
못 찾겠다 꾀꼬리 해도 된단다
이제는 나도 알아서
그만 너를 건져 올린다
차다
이럴 땐 내 손이
따뜻하다는 게 밉다
이렇게 무거운데도
어찌 야위었나
이제 와서 미안하다
더 미안해하지 못해
미안하다
저 높이 검은 물결에
너는 이제 바늘꽃이 되어
쿡쿡 나를 찌르겠지
술래에게 닿았으니
다음은 내가 술래
꾀꼬리야 꾀꼬리야
나도 꾀꼬리 할 테니
이제는 나타나주련?
기어이 오지 않을 사랑을
어째서 사람은 기다리는가.
21.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