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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문수 Oct 24. 2021

소관이 아닙니다

너를 모른다 15

나는 당신의


그리고 나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여


종말로서


사랑을 믿지 못하여     




사랑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믿을 수 있겠어요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시겠어요?


-스티커로 난민을 구할 수가 있어요?     




콘크리트 맨바닥에 앉은 노숙자 코앞에


입간판을 놓고 난민보호기구를 홍보하는 복지사 코앞에


예수를 위해 회개해야 한다는 신도의 관계     




인류애의 버뮤다     




그쪽은 물에 안 들어가요?


물 들어가는 거 싫어해요.


어쩐지,


당신한테선 짠내가 나지 않아.     




누군가가 굶어죽고 나서야


사람들은 말한다     


어쩐지,


그 사람 잘 못 먹는 거 같았어     




길고양이를 위한 박스 안에 사료는


장마가 지난 뒤 허옇게 곰팡이를 덮는다     




더는 숨을 자리가 없다는 사실


손을 모아도 틈이 보인다는 게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밤에 우는 이의 그림자는


남모르게 밤하늘에 묻힌다


별이 많아봐야 어둠보다 많을까


깊어봐야 어둠보다 깊을까     




언어에 사래 들린 내가


인사를 표절하여 치는


손사래     




안녕하세요 사실은


안녕 못할 거예요     




나의 가능성은


빛을 소중히 하려고


냉장고 문을 닫는 게 전부     


                                                                                                                                                          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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