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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문수 Nov 06. 2021

달고나

너를 모른다 16

그 찢어진 결에


파도는 다만 들어있다     




무얼 말하고파 바다는


파도를 우물거리고는


끝내 말하지 않고


흑연 같은 나뭇가지를 뱉는다     




그 뾰족한 가시를 주워


백사장에 이름을 긋는 사람이 있어     




모서리에서 모서리가 터지면


더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의 묘가 있지     




사랑이 남기고 간 자리엔


우리는 무얼 채워야 하나


어떤 조문을 그어야 하나     




사람이 모서리를 두려워하는 건


자국이 남기 때문


거기에 떨어져 딱딱히 쌓이는


먹먹한 부스러기가 있기 때문     




나는 넘어지면


너의 모양으로 부서질 거야


아플 때마다


보고 싶은 사람을 새겨넣었으니까     




행복과 불행을 저울에 달면


저울이 고장이 났다며 거짓말해야 해     




'그때' '요즘' '나중' 중에 뭐가 좋아?


'어제' '오늘' '내일' 중에 뭐가 좋아?


'아까' '지금' '이따' 중에 뭐가 좋아?     




그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내일은 더 낫겠지?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어야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소금밭에 새우처럼 누운 사람이


임종 말고 다른 걸 기다린다면


그건 꿈일까


한일까     




우는 법을 모른다면


사람은 좀더


솔직해질 거야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발밑에 그을 수 있을 거야     


                                                                                                                                                            2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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