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3. 17.
떨어진 담뱃재처럼
하루는 한 사내가
폭삭 무너져 있었다.
부러 물으니,
한 번 불태웠더니
이제 더 태울 게 없다 말한다.
마른 손 비벼
그를 뭉쳐 세우니
또 무너진다.
그는,
한때는 자기 눈에도
오색빛깔 꿈이 있었는데
이제는 까맣게 탄
고집뿐이 없다 되뇐다.
나는 물 묻힌 손으로
그를 다시 빚어 앉힌다.
그리고는 불가로 돌아가
마른 장작과
까만 숯덩이 하날 챙겨온다.
그의 발밑에 두고
묻는다.
“마른 장작과 숯 중에
보다 단단한 게 무엇이냐?”
그러면 그는,
“장작입니다.
장작은 도끼로 패고
숯은 손으로도 쪼개니까요.”
우리는 계속
묻고 답한다.
“불붙이기 좋은 건 무엇이냐?”
“그것도 장작입니다.
아직 태울 게 많으니까요.”
“그렇담 더 뜨겁게 타는 건 무엇이냐?”
“숯입니다.”
“왜지?”
“태우고 싶은 것만 남았으니까요.”
“아주 틀리진 않아. 다만,
내가 아는 바는 이렇다네.
숯이 더 뜨겁게 타는 건
이미 한 번 태웠기 때문일세.”
그는 까만 눈을
끔벅거린다.
“자네가 그 숯이라는 말이야.
이제 한 번 태웠을 뿐인데
왜 벌써 재가 된 줄 아는 겐가?”
그제야 사내는
구둣발을 삐걱거리며
가던 길을 도로 걷는다.
나는 그가 앉았던 자리와
내 손에 남은 검댕을 번갈아 보고는
또 그 시커먼 손바닥을 흔들어
작별한다.
“까먹지 말어!
재는 또 비료로 쓰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