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내면아이

AI와의 콜라보: 나의 ‘내면아이’ 영접기

by 류하


언제부턴가 유행한 ‘내면아이’.

직관적으로 의미가 와닿는 이름을 가졌음에도 어쩐지 손발이 오그라들고 때론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가정사, 트라우마 등 여러 이유로 성장하지 못한 채 아이로 남아버린 마음이죠. 사람의 심리에 관심을 가진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여러 선생님을 거치며 오랜 기간 상담을 해왔지만 ‘내면아이’는 여전히 뜬구름 같은 존재였습니다.


정말 내 안에 자라지 못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잔뜩 몸을 웅크린 아이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지금의 선생님과 3년 이상 상담을 이어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에게 모진 말을 하며 나를 무시하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실은 나를 더 큰 상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시 울타리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였죠. 흐린 기억 속에서도 그날 끊임없이 흐르던 눈물과 쌓여가던 휴지 뭉텅이들이 떠오릅니다.


그날로부터도 2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내면의 비판자에게 그간의 수고와 고마움을 전한 뒤에야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다른 내면아이를 찾게 됩니다. 서툴러도 설사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첫 번째로 생각하라며 위로하고 안도하게 만드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서서히 내면의 포용자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내면아이가 공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엎치락뒤치락하며 둘은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불현듯 오늘, 내면의 비판자와 포용자 모습이 말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비판 이면의 보호 본능, 포용 이면의 안주에 대한 불안. 각각이 가진 입체적 면모가 그간의 혼란을 깨고 명료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해서 내면아이 캐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왼쪽 아이는 조(jjo), 오른쪽 아이는 뭉(mung)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제미나이(Gemini)와 대화하면서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친구들입니다. AI가 단순히 설명에 대한 결과물을 내보인 게 아니라, 대화와 수정을 거듭하며 내면의 마음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었습니다. 확성기를 낡게 수정하며 긴 시간을 담아내고, 부들부들하고 세월감 느껴지는 이불의 물성을 통해 위로와 안도의 마음을 더했죠.


오랜 시간 애쓴 비판자 조(jjo)는 실상 나에 대한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잔소리쟁이입니다. 겉으론 강한 척해보지만 사실 콩알 같은 녀석이고요. 뭉(mung)은 오래 갈구해 온, 이유 없이 나의 모든 걸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입 속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크림처럼 달콤한 유혹의 말을 속삭이는 뭉 곁에선 그대로 푹신한 이불속에 파묻혀버릴 위험도 있죠. 조는 내심 좋으면서도 이를 걱정하고 경계하는 모습인 셈입니다.


두 내면아이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부침 속에서 더 성장하고 변해가겠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쩌면 하나의 모습이 되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조바심 내지 말고 두 아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내면아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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