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
에피소드 하나. 정신의학과 상담 중 의사의 말.
"oo 씨는 에너지가 없는 게 아니에요. 100만큼의 에너지가 있다면, 걱정과 생각에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정작 뭔가를 할 에너지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죠."
에피소드 둘. 처음 해보는 낯선 업무를 앞에 두고 걱정이 산더미였던 때, 아는 팀장님의 조언.
"그냥 하는 거죠. 눈앞에 닥친 일만 하면 돼요."
처음엔 의문이었다. 그게 돼? …… 되더라.
그게 되기까지 수없이 되뇌던 문장 하나,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하자."
‘일단 해보자’라는 말에는 시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예상되는 바가 확정적이진 않지만, 시험 삼아 한 번 건드려보는 느낌.
나는 오랫동안 신중한 사람이었다. 좋게 말하면 신중이고, 결과를 재보고 잘될 것 같은 일만 시작하는 안전주의자에 가까웠다. 못함, 어설픔, 실수를 과도하게 부끄러워했고, 잘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호되게 질책하곤 했다. 당연하게도 점점 주눅이 들었고, 새로움, 도전, 변화는 까마득한 일이 되었다.
한편 나는 꽤 충동적인 사람이다. 조용하다가 한 번씩 갑자기 뭔가에 꽂히면 냅다 직진한다. 평소의 조심스러움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이따금 발동이 걸리는 편이다. 안타까운 점은 내면의 소심이가 오래지 않아 고개를 들이민다는 것. 그러니 뭘 하든 오래가지 못했다. 흥미가 사라졌다기보다는 능숙하지 못한 자신을 참을 수 없었다. 못하느니 안 해. 내 안의 소심이는 그런 애였다.
그런 소심이에게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하자"는 마법의 문장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여전히 걱정에 밤잠 못 이루고, 어설픈 나에게 실망했으며, 실수를 곱씹으며 속상해했다. 그러나 나름의 성공 경험이 몇 개 쌓이자 소심이를 설득하기는 점차 수월해졌다. 자매어 "어떻게든 돼"와 함께 우리는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럭저럭 구멍을 메우며 나아갈 수 있었다. 걱정 대신 go, just go.
미리 걱정하는 습관이 사라지자 실행이 빨라졌다. 생각이 아닌 실행을 하자 제대로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었고, 목적지에는 더 빠르게 도달했다. 생각만 했을 땐 두려웠지만, 막상 해보자 별거 아닌 일이 너무도 많았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해서는 마법같은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일단'의 마법은 머릿속이 아닌 몸 밖에서 벌어지니까. '직접'과 '실행'. 그다음은 생각하지 말자. 다음이란 언제나 지금 이후에 온다. 지금이 제대로 되면 다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마련이고.
생각은 그만. 일단 하기.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