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라고 프랑수아즈 사강은 말했지

by 류하


나에게 아무 단어나 던져줘 봐.

내 위(胃)에는 문장에 굶주린 이가 살아.

게걸스럽게 낚아채

줄줄이 쏟아낼 거야.

찬란하고 따스한 단어는 곤란해.

내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

녹아버리고 말 테니까.


단어를 삼키며 그이는 몸집을 불려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저 유명한 문장이

그이의 십팔번 대사지.


우리는 함께 침몰해 가.

서서히 물이 들어차고

발목을 적시고

물기를 머금은 옷은 묵직해지고,


어느새 목까지 물이 차올랐어

이제와 후회한들

늦어버렸지.

더 이상 너의 눈동자 속에

우리는 보이지 않아.


그렇게


그의 문장은 사라지고,

잔잔한 물결 위

낱개의 글자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전 21화선득한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