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3. 희수의 서랍

by EON

저자 정희수


27세의 남자. 약간 마른 체형에 냉 미남 스타일.

차가운 외모의 소유자.

작년 인디차트에 5주간 정상을 차지한 인디밴드 ‘해방’의 기타리스트이자 메인보컬이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었던 이가빈 (이 프로젝트 8번째 서랍의 저자) 과 헤어진 후에

겪은 상실, 기억, 아픔, 그리움 등 이별에 아픔을 표현한 글이 이 프로젝트 세 번째 서랍에 실리게 되었다.



(1)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에 당신을 만난 건

내게 다행입니다

맑은 날의 당신의 눈물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죠


맑은 날에 당신과 헤어진 건

내게 다행입니다

비 오는 날에 당신을 만난 설렘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죠


비가 오고

그쳐 흐려지고

날이 맑아질 때


당신 잠시 생각나는


내게 아픔입니다...





(2) 빗소리


지금


누군가의 노랫소리도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캄캄한 빗소리만 들려와요


그 캄캄함이

우리만의 노을을 가리우고 있어요


빗물이 흘러요

시간이 흘러요

우리의 환한 눈물은

빗물에 흘러내려요


그대여


내 안은 여전히 울고 있어요





(3) 몽유병


"이젠...

지쳤어...

쉬고 싶어...

자고 싶어...


잠시라도 좋으니... 당신을 잊게 해 줘...

... 내 마음에서 느끼지 않게 해 줘...


잘 수 있게...

조금... 쉴 수 있게...

잠시... 잠들 수 있게...


자게 해 줘......"


"미안... 당신은... 잠들 수 없어..."


"... 알아.

나도 알아... 알고 있어...

난... 잊지 못하니까...

이렇게... 잊을 수 없으니까...


아마 난...

계속 쉬지 못할 거야...

계속 잠들지 못할 거야..."

"그렇지 않아...

당신이 쉬려면...

당신이 자려면...

이 꿈에서 깨어야만 해"





(4) 느낌


나는 당신을 느끼려 했을까

아니면

내 안의 당신을 느끼려 했을까





(5) 조명


난 불을 껐어

당신은 불을 켰어

난 불을 껐어

당신은 불을 켰어


당신과 나 우리의 집에서

같이 방문을 열어

빛 사이에 스며드는 바닷가가 보일 때


모래 별빛 사이에 낙원이 있다고

그렇게 믿었었


그곳에 잠깐 서있던 난

집에 돌아와 불을 껐어


그곳에 잠시 머물던 당신

집에 돌아와 불을 켰어


우리 같이 누워 바라보던 천장의 형광등은


여전히 깜박거리네





(6) 후회


"후회해?"


그때는 대답 못했어

이제야 대답할 수 있을 거 같아


" 이제 후회할 선택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잘 지내길...





(7) 봄


이제 춤을 추지 않아

우리에게 더 이상 봄은 오지 않으니까


그래도 꽃은 피고

스산한 바람은 사라져 가


봄의 꽂을 저물게 한

그 차가운 겨울바람은 사라져 가


가끔 떠올라


눈을 감으면 흩날리는 꽃잎 속에

재즈 선율


우리 둘만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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