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가빈
27세의 여성. 이 프로젝트 세번째 서랍의 저자 정희수와 한때 연인이었다.
단발머리에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현재 우화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글에 담긴 좋은 교훈과 긍정적인 메세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녀의 데뷔작인 연합과 최근 10세 이상으로 발간한 북극곰의 빛이
이 프로젝트 마지막 서랍으로 실리게 되었다.
(1). 연합
독수리는 하늘의 왕이었지만, 지상에서 마음껏 달리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반면 치타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 중 하나였지만,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고 싶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 독수리와 치타는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각자 너무나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었죠.
어느 날 둘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어요.
치타는 날카로운 인상에 차가운 표정으로 차를 마셨고, 독수리는 부드러운 인상에 느긋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어요.
그중 치타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난...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
그러자 맞은편 독수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요.
「나 역시 마찬가지라네.」
이렇게 다른 둘이었지만 둘은 힘든 일 , 기쁜 일을 함께 하였어요.
좋은 일 있을 때, 어려운 일 있을 때, 슬픈 일 있을 때, 재미있는 일 있을 때 모두 다 함께하며 계속 만남을 이어갔어요.
그리고 10년 후, 둘은 또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어요. 치타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난 아직도 널 친구라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동안 너를 통해서, 조금 이나마 우정이란 걸 알게 됐어. 약간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
그러자 맞은편 독수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요.
「난 이제 자네를 믿고 있다네.」
둘은 밖으로 나왔어요. 독수리는 치타에게 신호를 보냈고 치타는 독수리를 등에 태우고 힘껏 달리기 시작했어요.
독수리는 가슴이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되었어요.
자신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질주의 느낌... 시원한 바람... 열정... 독수리의 오랜 소원이 치타로 인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그 둘은 한참을 달렸고 이번에는 치타가 신호를 보내자 독수리는 발톱으로 치타의 등을 잡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그 비상의 순간 치타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이 여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경치... 따스한 햇살... 자유... 치타의 오랜 꿈이 독수리로 인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2). 북극곰의 빛
북극곰들이 사는 남극. 그곳에 난로를 들고 다니는 북극곰 반트가 있었습니다.
이 반트의 곁에는 작은 ‘노인 북극곰’ 이 함께 하였는데, 그는 말없이 반트의 뒤를 지켜보며 반트와 항상 동행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북극곰들은 북극에 무슨 난로가 필요하냐고, 다들 반트를 조롱하며 무시하였습니다. 북극곰들의 태도에 화가 난 반트는 결심하였습니다.
“좋아... 내가 반드시 보여 주겠어.
이 난로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반트에겐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난로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을 모두에게 느끼게 하여 반트 본인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트는 계획을 짰습니다.
그 계획의 1단계는 매일 저녁마다 난로를 들고 북극곰들을 집적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 * *
처음에 시큰둥하던 북극곰들은 한번 난로의 열기를 맛보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그들은 난로의 열기에 점점 빠져 들어갔습니다.
이 소문은 금세 퍼져 난로 주위에 북극곰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북극곰들이 난로의 더운 열기에 빠져 갔습니다.
반트는 난로를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훗! 이제 알겠지?. 이 난로가 얼마나 따뜻하고 위력 있는지 말이야.’
난로 덕에 반트는 북극의 왕이 되어갔습니다. 북극곰들은 반트에게 금빛 왕관을 씌워줬습니다.
* * *
그런데 반트의 옆집에 사는 북극곰 ‘우도’는 난로에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의문은 반트가 난로를 밝은 낮이 아닌 유독 어두운 밤에만 찾아와 권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반트를 따르는 북극곰들에게 눈초리를 받으며 한소리 들을까 봐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 * *
북극곰들의 시선은 일제히 손을 든 암컷 북극곰 ‘레나’ 에게 향했습니다.
레나는 반트에게 따지듯이 말했습니다.
“반트, 육지에 사는 두더지들은 야간에만 가끔 땅 위에 나타나고 대부분의 생활을 깊은 지하에서 보내곤 하지여.
내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내 눈엔 당신이 마치 그 두더지 같거든요.
당신이 그 난로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왜 낮에 당당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유독 어두컴컴한 저녁에만 보여주는 거예요?
그 난로의 열기가 낮에는 효력이 없는 건가요? 그래서 낮에 보여주는 게 두려운 거죠? 그렇죠?”
바로 그때, 우도가 인상을 쓰며 레나를 향해 언성을 높였습니다.
“아니, 이봐 레나. 지금 뭐라는 거야? 지금 우리의 왕 반트를 의심하는 거야?”
‘후후. 내가 정말 궁금해하는 걸 레나가 대신 물어 주는군... 게다가 나의 지금 이 행동으로 주변에서 날 무척 멋있게 보겠지... 완전 1석 2조군 흐흐’
우도는 그렇게 인상을 쓴 겉과 달리 속은 간교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레나는 이런 우도의 이중성을 알아차린 듯,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습니다.
“훗!..”
“뭐? 뭐야?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반트는 화가 난 우도를 제지시켰습니다. 그리고 북극곰들에게 다음 날 낮에 모두 모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 * *
난로의 열기는 낮에 더 뜨거웠습니다.
북극곰들은 열기를 쬐며 무척이나 좋아하였습니다.
어떤 북극곰은 오히려 이렇게 낮에 쬐는 게 저녁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반트는 자신의 2차 계획이 완성됨을 보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역시 저녁마다 찾아가면 왜 낮에는 안 오냐고 궁금해할 줄 알았어.
그럴 때 이렇게 한 곳에 몰린 그 의문을 풀어주면, 신뢰는 더욱더 극대화가 되지...’
* * *
하지만... 반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사실 난로의 따뜻함이 아닌 단지 열기에 빠지고 있었다는 걸...
모두들 자신을 좋아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닌 단지 ‘난로’를 원하는 것뿐 이었다고...
그러나 뒤늦게 후회하기에는 난로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진 상태였습니다.
북극곰들은 반트에게 더 강한 난로의 열기를 달라고 재촉하였습니다.
반트의 마음은 촉박해져 갔습니다.
난로의 기름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 *
결국 기름이 떨어진 반트는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를 따르던 북극곰들은 이제 동경의 눈빛이 아닌 재촉과 원망의 눈빛으로 변해 그 뒤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쫓기는 신세를 견디지 못한 반트는 늦은 밤 홀로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과 동행해오던 노인 북극곰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제 난 떠나겠소.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부디 날 잊어주시오.”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이 없던 노인 북극곰이 반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반트는 예상치 못한 노인 북극곰의 행동에 놀랄 겨를도 없이 무심코 그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손을 잡는 순간... 반트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고 찾았던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아무 말이 없던 노인 북극곰은 처음으로 반트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그 난로를 버리고 나를 따라 오거라.”
작은 노인 북극곰은 눈부신 빛을 풍기며 어느샌가 너무나 거대한 존재로 반트 앞에 서있었습니다.
그 눈부신 빛은 깜깜한 밤을 완전한 잠식 하며 주변을 온통 환하게 하였습니다.
반트는 무언가 압도당하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난로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반트의 왕관은 그 강렬한 빛에 태워 없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 * *
반트와 노인 북극곰은 미지의 곳을 향해 항구에 배를 출항하였습니다. 지금 그에게는 어떤 것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난로가 아닌 빛나는 노인 북극곰이 반트 앞을 인도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존재와 반트의 여행이 이제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