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자 할머님 오늘도 보호자분들이 면담 신청하셔서 과장님 외래 진료 전에 9시쯤에 면담하신데요."
"어제도 면담하지 않았나? 따님 다녀가셨는데"
"오늘은 막내아들 분이 직접 면담해야겠다고 이브닝 때부터 계속 전화에 컴플레인이 오셨어서..."
얼마 전, 집에서만 지내시다가 넘어지시면서 갈비 뼈와 골반뼈가 골절된 할머님이 오셨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워낙 고령이고, 언제든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위험군이어서 중환자실로 입원했다. 큰 뼈들이 부러져서 통증이 심하실 법한데 불편감 호소 없이 조용히 누워계셨다.
한편, 할머니의 자녀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응급상황인데도 이렇게 많은 가족이 오는 것은 처음 본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우리 병원도 본격적으로 면회 제한 조치를 시행했고, 면회가 안된다는 낯선 상황에 보호자들의 컴플레인은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쉬지 않았다.
"왜 면회가 안 되는데요! 그럼 저기서 누워있다가 잘못되면 책임지실 거예요?"
"보호자분, 여기는 병원이에요. 누워있다가 잘못되는 건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죠. 코로나가 계속돼서 병원 지침상 면회가 제한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요! 아까 의사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고령이신 데다가 기저질환도 있으셔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지금 돌아가신다는 게 아니에요. 우선 진정하세요."
그렇게 입원 첫날부터 시끌벅적했다. 한바탕 소동으로 겨우 보호자분들을 돌려보내고 한숨 돌리나 싶었다. 한 시간 정도...
-띠리리리
"네, 외상중환자실 간호사 마음이 입니다."
"나부자 할머니 딸인데요, 지금은 어때요?"
"혹시 아까 앞에서 입실 안내받으셨던 보호자분이신가요?"
"네, 맞아요."
"그... 한 시간 전에 설명드렸던 것처럼 지금은 말씀도 다 잘하시고 의식상태도 변화 없이 괜찮으세요. 호흡도 불편 없이 잘 쉬고 있고요. 특이사항 있거나 이상 있으면 저희가 전화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엄청 걱정이 많으신 보호자분인 듯싶다. 한 두 시간 간격으로 밤새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나이트 근무 중간 즈음되어가니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누구 전화인지 알아버릴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