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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론 Nov 24. 2021

4-2. 코로나 히스테리

-띵동


중환자실 벨 소리에 나가보니 나부자 할머니 막내 아드님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면담한다고 얘기해놨는데 의사는 아직이요?"

"마 9시 맞춰서 오실 것 같아요. 보호자분 오셨다고 전화드릴게요"

"어머니 자리는 어디요?"


예상치 못한 질문과 함께, 보호자는 문을 열려고 몸을 이민다. 당황하며 문을 막아서 보았지만 작정하고 시도한 것인지 내 몸을 밀쳐냈다.


"얼굴 좀 보려는데 좀 비켜요. 못 본 지 오래돼서 내가 봐야겠다고 하잖아"

"안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말씀드렸어요, 분명히"

"이 씨발놈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어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래라 저래라야! 누가 이딴 면회 제한인가 뭔가 만들었어! 병원장이야? 지금 당장 전화해서 내려오라 그래!"


흥분한 보호자는 온갖 욕설에 과격한 몸짓으로 위협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중환자실로 들어가 보려고 했다. 온 복도에 소리가 가득해서 밖에 대기하던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중환자실 안에서도 분위기가 전달되었는지 누군가 분주하게 뛰어가는 듯했다. 이젠 거의 육탄전에 가깝게 찐한 포옹을 하며 문 앞을 막아섰고 나 혼자 버티기엔 버거웠다. 다행히 곧 보안요원 두 분이 뛰어오셨고 보호자와의 찐한 포옹은 마무리되었다.


"내가 포클레인이 있거든? 집에 가자마자 끌고 와서 여기부터 밀어버릴 거야, 알았냐?"


일 년치, 아니 십 년치 욕을 몇 분 사이에 다 먹다 보니 귀에는 이명이 올 정도였다. 보안요원 선생님께 보호자를 부탁드렸고, 헝클어진 머리와 옷을 겨우 정리하고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아직 근무시간이 절반도 안 지났는데 기가 다 빨렸다.


"샘, 아까 나부자 할머니 보호자 전화 왔었는데, 조금 있다가 전화드리겠다고 말씀드려 놨어요"

"... 이번에는 몇 번째 따님이시래요?"

"그냥 딸이라고 하시고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네..."


다른 환자 케어할 것도 많이 남았는데, 보호자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를 탓해야 할지, 보호자를 탓해야 할지. 터벅터벅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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