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되고 애정이 깊어지는 애증의 관계들
Navy half k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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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이별을 했다. 정확히는 여름이 오기 전 더위가 가열되고 있을 때 즈음에.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제일 힘들었던 건, 내 모습이 별로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람이 이렇게 별로일 수도 있구나. 내가 상대방을 실망시켰다는 죄책감은 늘 따라다녔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때 이 문장이 내게 위로가 됐다. 사랑을 하다 보면 아주 작은 한 끗차이로 실망을 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참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애정 하던 옷에도 세월의 흔적이 생긴다. 여름을 함께한 티셔츠는 목이 늘어나기도 하고, 목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던 목폴라 니트에는 보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옷에 작은 실망을 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는 그 옷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입을 수 있을까, 아직 입을만한 상태인가?, 버려도 대체할 비슷한 옷이 옷장 속에 있는가?’ 등의 질문들로 함께 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한 것들과 정리를 하고, 한번 더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옷장 속 애증의 관계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말투와 표정 등에서 생긴 오해로 상대방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과의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큰지,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지 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