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해요
소란스러운 관심보다 다정한 무관심을 좋아해. 묵묵히 지켜봐 주다, 적재적소에 따뜻한 말 한마디 넌지시 건네고 가는 그런 다정한 무관심한 말들을 사랑해. 오늘 하루는 너무 힘들었어. 얼른 집에 가서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 속 가구들을 조립하고 싶고, 냉장고 안에 있는 사과도 꺼내먹고 싶어. 얼마 전부터 작은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새싹이 좀 올라왔을 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기다려지는 일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거 같아. ‘자아’는 일 끝나고 찾으라는 말이 요즘 나의 일을 버티게 해 하는데, 그래서 일 끝나면 좀 더 나답고 솔직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해진 거 같아. 몇 마디만으로도 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이 주어져도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이뤄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잖아. 가끔은 정적이 편안한 사람과 함께일 때 가장 나다워지는 걸 느껴. 이건 주절주절 늘어뜨려 놓는 푸념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이 힘들다는 투정도 아니야. 그저 평범한 날들의 속삭임이야. 결론은 이 영화를 사랑한다 이거야. 모두들 버티며 살아간다 그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