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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an 07. 2021

기차 안에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낯선 이를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마주쳤던 일흔넷의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종종 홀로 여행을 즐기신다고 하셨다. 어르신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대화를 간략히 정리해 보면 이랬다.

여행에 대하여  “나는 힘이 들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호텔에 가서 3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거나, 혼자 주변 동네를 걸어요. 넓은 바다를 보러 간다던가. 그리고 하루 중 한 끼는 비싸더라도 꼭 맛있는 한 끼를 챙겨 먹어요. 나를 아낄 줄 알아야지, 내가 나를 챙기면서 살아야 하지요”

외로움에 대하여  “혼자 여행하면 외로울 때도 있지. 근데 혼자여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혼자여서 그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때가 있어”

사람에 대하여 “나는 혼수 사업을 30년이 넘게 했는데, 장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정말 많아. 사람 때문에 정말 견디기 힘들 땐 지는 게 결국 견디는 거더라고. 그리고 또 상처받은 부분을 다른 사람이 와서 채워주고 가고. 결국 삶이란게 사람으로 극복하고 이게 사람 살아가는 일 같아”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30년간 혼수 일을 하면서 결혼한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봤지. 이 사람이다 하고 알아보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가 떳떳해야지.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가 없고, 이 점이 좋아서 만났는데 다른 부분에서 허점을 느낄 수도 있는 거야. 근데 살다 보면 다 좋아도 큰 한 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거 보다, 다 싫어도 그 사람에게 있어서 확실한 좋은 점 한 가지가 있다면 나중엔 이 한 가지가 다른 것들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때가 있어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지. 느낌이 오면 무조건 용기 를 내, 무조건. 그렇다고 해서 속에 있는 모든 걸 다 보여 주진 말고”

 스쳐 가는 낯선 이와의 대화가 쉽게 잊히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 우리는 같이 있는 게 불편하지 않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낯선 이를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는 하지 않는, 속 깊은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말은 작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고 또한 생명력이 강해 시간이 지나도, 우리 입과 귀를 통해 오간 말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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