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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Feb 06. 2021

Running challenge +8

일과 숫자

Episode 8. 일과 숫자

8일 차. 주말 중 하루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둘 중 언제 쉴 건지 정하지도 않은 채 잠에 들었다. 아 그리고 요즘 자기 전에 자꾸 발처럼 몸이 갑자기 움직여서 잠이 들 때쯤 잠에서 깬다. 찾아보니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거란다. 솔직히 지금은 스트레스 보단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 때문이  맞겠다. 27살. 예전에 승무원이 꿈이었을 때 적어두었던 꿈 노트를 펼쳐 봤는데 28살이란 숫자에 이렇게 적혀있더라. “승무원이 될 때까지, 28살 전까지는 도전해보기! 그리고 안 되면 공장에라도 들어가서 돈 벌면 되는 거지!” 사실 나는 목표를 이룰  모든 기회비용 (시간, , 자격증 ) 생각하는데 몰두하기 때문에, 막상  결과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28살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게 있었다. 28살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 같았고, 결혼할 사람을 만날 것 같았고,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을 것 같았다. 내년이면 28살을 앞두고 있는 난, 내가 머릿속에 그린 28살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이렇게 달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다르다. 근데 신기한  28살을 기대하던 스무  때도, 고작 1년도  남지 않은 27살의 지금도 무언가를 계속 적고 있다는 거다. 스무 살 때부터 항상 카페에 가면 다이어리를 펴놓고 하는 일이 있다. 20부터 32까지 숫자를 적는 일. 적힌 13개의 숫자 중에서 세 군데에 동그라미가 쳐 있는데 24, 28, 32이었다. 24살엔 ‘취업’이라고 적혀 있었고, 28살엔 배필을 만나는 것. 32살엔 결혼을 하는 것. 정말 단순하지 않나? 졸업을 하면 취업은 언제 하니, 취업을 하면 결혼은 언제 하니. 사실 우리 집만 봐도  그렇다. 올해 친언니가 30살이 됐을 땐,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언니한테 말했다. “언니 앞자리 바뀌었다 ~ 계란 한 판 축하해” “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위에서 난리야”. 잠들기 전, 언니가 한 말이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주위에서 난리야”. 우리는 같은 속도로 나이를 들어가지만, 나이를 채우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회가 정해둔 나이에, 정해진 루틴을 따라가는 일에 일반화되기 쉬운  같다. 조금만 벗어나도 마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돌게 된다고 해야 하나. 정말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돈을 벌고.. 사실 아직도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어떻게 하면 해외 가서 커리어를 쌓고, 돈을 벌 수 있을까. 나에게 적합한 수단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튼 이번 주제는 일과 나이였는데, 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근데 점점 주변에서 친구들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같다. 일상적인 대화 이외엔  깊이 물어보게 되지도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은 굳이 묻지 않고, 이야기에 적당한 선을 두고 표면적인 대화에만 집중하게 된다. 참 쉽지 않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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