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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Feb 10. 2021

달리기 일지 + 11

일과 퇴사

Episode 11. 일과 퇴사

요즘 주변을 보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취준과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이직이고, 퇴사일 지도 모르겠다. 뒤를 돌아보면, 대학 졸업 후 나의 인간관계는 취준과 퇴사를 반복하며 좁고 깊어졌다. 어릴 땐, 퇴사를 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들 똑같이 싫어도 일하고, 버티는 것인데 나 혼자 괜히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해지지 못했다. 근데 그때 나의 선택이 남들보다 앞설 뿐이었고,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됐다.


조금 더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적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보다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더 많아질 테니까. 지금 내 생각은 그렇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테고, 아이를 낳지 않고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 위로와 안정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너무 나의 이상만 좇다 현실의 행복을 놓치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십 대 초중반에 했던 연애들도 쉽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줄곧 사람을 만나왔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쉽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정말 현실적일 편인데, 어차피 잠시 지나갈 사람일 테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일을 찾아가고 일을 그만두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라는 거다.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랑 이런 말을 나눴다. "음, 이제는 뭔가 작은 것 하나라도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 같아. 앞으로 우린 더 많은 선택을 할 테고, 고민을 하게 될 텐데 그럴 때마다 주변과 단절된 채로 멈춰 설 수는 없으니까. 지금 당장 무슨 일을 하고,  얼마큼의 돈을 버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렸을 때도 솔직해질 수 있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

얼른 이 시기가 지나, 마음도 물질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며 밤새 떠들다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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