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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Feb 12. 2021

달리기 일지 + 13

정성을 들이는 일

Episode 13. 기본기부터 다시 쌓기

오늘은 설날이다. 주말에 하루를 쉴지, 명절인 오늘 하루를 쉴지 고민하다, 잠깐 나갔다 온 아빠의 날씨 좋다는 말 한마디에 문밖을 나섰다.

오늘은 경량 패딩도 벗고 가벼운 긴팔 한 장만 입었는데도 날씨가 무척 따뜻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산책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군데군데 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오늘은 가볍게 걷다가 집에 들어가야지 했는데 발맞춰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뛰고 싶은 괜한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돌아서야 하는 지점을 넘어서고 말았다. 보통 2km를 달리고 돌아서,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냥 무작정 달려 버린 거다. 결국 다시 복통이 찾아왔고 그제야 멈춰 섰다.  다시 찾아온 복통에,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초보 러너가 하루에 4km를 뛰는 게 적당한 건지, 1km당 7분대에 맞춰 뛰는 게 효율적인지 하나 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릴 곳과 팔다리만 있으면 시작할  있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 당시엔 달리기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달리는 자세, 호흡법 등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채 혼자서 조금씩 걷고 달리는 일을 계속했다. 사실 달린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미미하지만 조금은 체력이 좋아진  같다는 느낌이 좋았고, 걷고 뛰기를 반복하다 4km 달성하면 혼자서 만족해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정도였으니깐. 그래도 아침이면 눈을 뜨고,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던  같다. 근데 달리기 시작하니 목표가 생기고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루에 4킬로미터씩 달리겠다고 거리를 정해둔 건, 예전에 국토 대장정을 했을 때 한 텀에 4km씩 걸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간 기록을 보면 2km까지는 나름 페이스를 지키며 달렸지만, 3km 시작할 때부터 호흡도, 자세도 흐트러짐을 분명히 느낄  있었다. 일단 잠시 멈춰 서고, 기본기 쌓기부터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일부턴 1킬로미터씩  번도 쉬지 않고  페이스를 찾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 달리는 일 처럼,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관계를 다듬어가고 맞춰가는 일은 중요하다. 거듭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손에 쥘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일도, 사람과의 관계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깊어지기 위해서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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