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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독심술사도 아니면서 눈빛에 담긴 것들을 읽으려고 한다

by 단팥빵의 소원

최근 a의 눈빛을 피하기 시작했다. 비교되는 눈빛이 읽힌다. 괜히 b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방방 뜨고 재밌어하는 게 느껴져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나는 상대적으로 불편해하는 불안한 눈빛인 걸 느끼니까. 눈빛으로 마음 깊은 심연을 알 수 없지만, 내가 눈빛 하나로 상대방 마음속에 들어가 심연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눈빛에서 읽을 수 있는 기류가 부정적으로 보인다. 난 독심술사가 아님을 알면서도 상대방 눈빛에서 비교당하는 느낌이 싫다. 상대방 눈빛에 내 마음이 고장 나고, 내 일상에 지장을 줄까 봐. 내가 먼저 피한다. 눈빛을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건 상처받은 마음이 크다는 거다


최근 심해에 존재하는 물고기가 지각변동 지진으로 물가에 올라온다는 뉴스를 읽었다. 산갈치라는 녀석은 심해에 사는데 올라오면 인근지역에 대지진이 난다고 한다


눈빛과 눈빛이 부딪쳐 상처받은 지각변동은 어떤 심해어를 불러올까. 욕심인줄 알면서도 상대방의 심연을 읽으려는 욕망은 나의 심연에 지진을 일으킨다. 내 심해어가 일상으로 튀어나올까 봐, 어떤 감정으로 튀어나와 일상을 위협할까 봐, 다른 사람에게 어려운 감정으로 변질되어 내비칠까 나는 눈빛을 피한다.

<눈빛>
갈색 눈빛이 부딪치고 심연이 흔들린다

윤슬 바다물결처럼 빛나는 눈동자에 숨겨두었다.

비교의 그림자 속에서 내 상처를 발견한다
깊은 곳에 숨어있는 상처가 심연의 지진과 만나 튀어나올까 봐 무섭다.


지진물고기처럼 내 마음이 티가 날까 무섭다.
심해에 숨은 내 마음 지각변동에 꿈틀대며
산갈치처럼 일상 위로 떠오를까 두렵다.


상대방의 불안한 눈빛이 사실일까 무섭다.

나를 어색해한다는 서먹함은 이미 자란 걸까

나는 상대방의 심해어를 발견한 걸까

결국 나는 오늘도 눈빛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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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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