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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21. 2023

연애 고수가 되는 법

10. 4월 7일 

4월 7일 


오늘 체육 시간에 발야구를 했다. 

까불이 주동한이 찬 공이 아주 멀리까지 날아갔다. 까불이들이 공을 잘 차는 건 당연한 건데

나에겐 이상하다. 1학년 때 주동환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슬퍼 보였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왜 갑자기 까불이가 된 것인가? 그동안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주동한의 찐친인 승휴와 지훈이가 외쳤다. 

        

“홀리몰리!”     


그러자 반 아이들 모두 외쳤다.       


“과카몰리! 로보카폴리!”       


주동한은 신바람이 나서는 팔을 냅다 휘두르며 1루로 달려갔다. 

그다음으로 나온 강민이가 찬 공은 멀리 가지 못했다. 

바로 플라이 아웃되는 바람에 강민이는 뛰지 못하고 그냥 자리로 가서 앉았다. 

공 한 번 제대로 못 찼다고 저렇게 풀이 죽다니 많이 속상했나? 

그런데 이때 다정이가 강민이 옆으로 다가가 눈치 없게도 자기가 기르는 햄스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정이가 강민이를 위로한 걸까? 어쨌든 강민이는 다정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꾸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물론 다정이의 햄스터 이야기는 배꼽이 빠지게 재밌는 건 아니다.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저렇게 반응이 없다고? 난 이미 파울 폭탄 맞고 왔거든!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사랑에 빠진 다정이.

다정이는 강민이를 걱정했다. 하지만 강민이는 다정이의 햄스터 따위엔 관심이 없다. 

강민이 머릿속에는...  수아가 있다. 수아를 좋아한다! 이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아는 예쁘다. 비록 내 뺨을 때린 원수지만. 난 쿨하다. 인정할 건 인정한다. 






언젠가 소개팅을 하고 돌아온 언니가 엄마한테 질문했다.


“엄마! 왜 잘해주는 남자가 매력이 없는 거야?”     


엄마는 언니에게 잘해주는 사람한테 매력을 느껴야 한다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엄마처럼 고생하고 싶냐!”라는 말도 했다. 

이 말은 우리 아빠가 여자에게 잘해주지 않는 매력적인 남자였다는 것인가? 

참 이상하다. 잘해주는데 왜 매력이 없는 거지? 잘해주면 좋은 거 아닌가? 

난 아직 연애를 해 본 적 없으니 경험자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까, 반대로 잘해주는 여자도 매력이 없는 것이다. 


다정이는 강민이에게 자신의 햄스터 이야기 따위를 들려주면 안 된다. 

강민이의 썰렁한 유머에 깔깔 웃어주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다정이에게 말해줄까? 강민이의 썰렁한 유머에 웃지 말라고, 절대 잘해주지 말라고! 

하지만 다정이는 그러기 힘들 것이다. 

다정이는 다정이만의 스타일이 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묘하게 눈치가 없으면서 썰렁한 친구. 

난 그런 친구를 보면 말을 걸고 싶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내가 말을 걸면 엄청 반가워한다. 

물론 반가워하지 않으면 다음엔 말을 걸지 않으면 된다. 그게 내 방식이다.              


 오늘 체육을 해서 그런지 피곤하다. 그래도 재밌었다. 

주동한과 승휴와 지훈이, 이 까불이들 덕분에 많이 웃었다.   

공이 날아가면 무조건 홀리몰리! 과카몰리! 로보카 폴리! 소리를 지른다. 

계속하니까 더 재밌다.      

"홀리몰리! 과카몰리! 로보카폴리!"      

이걸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보는 것도 웃겼는데, 친구들과 다 같이 하니 더 재밌다. 


오늘도 전학 온 하나는 체육 수업을 하지 않고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같이 웃으면 좋을 텐데. 

하나의 어두운 표정이 마음에 걸린다.     

슬픈 하나.



난 절대 전학은 가지 않을 거다. 

잘 모르는 친구들 틈에서 말이 없는 하나가 불쌍하다. 내일도 말을 걸어봐야겠다. 

무슨 말을 걸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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