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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28. 2023

그럭저럭 평범한 하루

15. 4월 25일

4월 25일 


 카톡 프로필 사진을 서른다섯 번 바꾸고 다정이가 돌아왔다. 

행복한 내 친구 다정이

다정이의 카톡은 온전히 다정이만의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나는 엄마 카톡에 내 계정을 하나 추가한 것이라 아주 수치스럽다! 

게다가 난 캠핑도 못 가봤다. 다정이가 부럽다. 정말 부럽다! 

다정이를 입양한 부모님은 엄청나게 좋은 분일 거다. 

다정이 1학년때, 학교에 입고 오던 원피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줄무늬 티에 반바지를 입을 때 

다정이는 보라색, 파란색, 심지어 하얀 원피스까지 입고 학교에 왔다. 

급식을 먹다가 그 하~얀 원피스에 빨간 국물을 흘리더라도 다정이의 부모님은 혼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정이가 입양아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다면 절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다정이의 엄마가 마피아 조직의 보스고 아빠는 마법사라면... 서희는 정말 큰일 난 거다.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다정이가 캠핑을 간 사이 ‘급식 먹고 토크쇼’ 멤버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하나가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에게 악플을 단 나쁜 친구를 같이 미워해주었다.   

다정이도 '급식 먹고 토크쇼' 멤버지만, 당장 하나의 비밀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다정이는 지금 행복하다. 

고작 며칠 동안 서른다섯 번이나 카톡 사진을 바꾸는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조르바 할아버지 방에 놓을 에어컨을 사러 엄마 아빠와 함께 마트에 갔다. 

조르바 할아버지는 외할아버지다. 그런데, 내가 읽은 소설에 등장하는 외할아버지 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동화 속 할아버지는 대부분 수염이 있고, 시골에 살며, 농사를 짓거나 소를 기른다. 

조르바 할아버지는 시골에 살지도 않고, 농사는 평생 지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매일 유튜브를 보고, 주식 투자도 한다. 손해를 보고, 엄마를 화나게 한다. 

할아버지를 처음으로 '조르바 할아버지'라고 부른 건 언니다. 

할아버지가 '그리스인 조르바' 같다나? 

‘그리스인 조르바’는 언니의 책장 맨 위칸에 꽂혀있는 소설이라 난 읽을 수 없다.

책장 맨 위칸에 있는 책들은 내가 중학생이 되면 읽을 수 있다. 엄마랑 약속했다! 

하지만, 언니가 왜 할아버지를 '조르바'라 부르는지 너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정말 몰랐니?) 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 책을 꺼내 읽었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너무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암튼 할아버지는 엄마가 아주 어렸을 때 갑자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배를 타고 떠나버렸다고 한다. 

조르바도 배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 그래서 언니가 할아버지를 조르바라고 했나 보다. 

엄마는 조르바 할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우리 가족은 가끔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할아버지는 아주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면서 봤던 풍경이나 

선원들이 다 같이 도끼를 들고 선장의 목숨을 위협한 이야기 같은 거 말이다. 

담배를 엄청 많이 피우시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해서 할아버지와 오래 같이 있기는 힘들다. 

하지만 언젠가 할아버지의 모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모모처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상상. 

어쩌면 앞으로 내가 집필할 소설에 멋진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는 에어컨을 설명하는 직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마트로 가자고 했다.

난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짜증이 났다.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고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그 사람이 쓴 안경이 맘에 안 든다고 했다. 

(아빠, 진짜 왜 이러세요?)


어쩔 땐 어른들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 

오늘은 너무 평범한 하루라 그럭저럭 일기장에 쓸 게 없다. 


나나는 요즘 그럭저럭 지낸답니다. 



* 벌써 나나의 그럭저럭 열두 살 1권이 끝났네요. 

  내일부터 2권으로 계속 연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지난주부터 심한 감기로 고생 중입니다. 요즘 감기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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