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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Mar 26. 2021

금요일은 코스트코다!

코스트코 20년 다닌 아줌마의 찐 경험담.


1999년에 결혼을 했고, 결혼 준비를 하며 코스트코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23년째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며 살림을 하고 있다. 용산 마포에 거주할 땐 양평동 코스트코, 가끔 놀러 양재동 코스트코. 둘째 낳고 일산으로 들어오고 나서는 12년째 일산에 있는 코스트코를 충성스럽게 다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편이지만 미국적인 거대 자본주의의 유통 시스템 또한 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코스트코에 가는 이유는 일단 나의 사랑스러운 간편식이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곱창전골, 불낙전골. 요즘 너무 매워져서 장 약한 남편은 질색을 하지만 내장 들어간 빨간 탕에 진심인 큰 아이를 위해 종종 카트에 넣는다. 아! 바로 옆에 주황빛을 띤 인디언 카레... 이건 반드시 사야 하는 우리 집 잇 아이템이다. 코스트코에 다녀오면 돈은 엄청 쓰고 집에 왔는데 와보니 먹을 게 없다! 고 말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넓은 쇼핑몰을 헤매고 다니느라 기가 다 빨렸는데 집에 와보니...  당장 먹을 게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디언 카레다. 가격도 어찌나 저렴한지... 만 오천구백.. 어쩌고 저쩌고 정도의 가격인데, 4인 식구가 배부르게 먹고도 1인분 정도가 남아 다음 날 우리 둘째 꼬마의 아침 반찬이 되어 준다. 난 코스트코에 가기 전에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간다. 혹시 그냥 가면 오는 길에 딸에게 전화를 걸어 쌀을 물에 담가 두라고 말한다. 그리고 돌아오면 취사! 밥이 되는 동안 사 가지고 온 레토르트 식품, 세제, 고기 등을 냉장고에 정리한다. 그리고 밥이 다 되면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모두를 불러 모아 식사를 시작한다! 매콤한 카레와 아낌없이 넣은 닭고기. 만 육천 어쩌고는.. 정말 획기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항상 계절보다 한 달 정도는 앞서가는 코스트코의 특성상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필요한 옷을 구매해놔야 한다. 때를 놓치면 좋은 것들은 이미 없다. 노르웨이 양식 연어. 4~5만 원대 가격이 살짝 부담되긴 하지만, 일단 사두면 주말 반찬 걱정은 끝이다. 회덮밥, 연어스테이크, 연어 간장밥을 만들 수 있다.      

노르웨이 고등어. 이건 진짜 너무나 저렴해서 안 사고 지나치기 힘들지만 막상 사 오면, 버거운 아이템이다. 고등어를 구워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나흘 열심히 챙겨 먹다 보면 온 집안이 생선 기름내로 꽉 차게 된다. 가족이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데도 어디선가 고등어 기름내가 스멀스멀 풍긴다.       

내가 코스트코에서 꼭 사는 것들은 초등학생 딸아이의 옷과 신발(대학생인 큰 아이 옷은 여기서 사면 안 된다), 나의 속옷(이게 진짜 저렴하다), 키친타월(이건 진짜 사야 한다. 양이 많은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어디 잘 쟁여두고 쓰면 좋다)      

남편의 골프웨어(다행히 남편은 사다 주면 그냥 입는 스타일이라서), 겨울 파카! 

인디언 카레, 비비고 만두, 고메 짬뽕, 햄버거 등등, 슬라이스 치즈(유통기한 길어서 사두고 오래 먹어도 괜찮다!), 크림치즈, 바이오 요구르트, 계란, 종갓집 각종 김치들, 다담(된장찌개 양념), 한우 사태(이건 가격이 비싼 거 같아도 사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오랫동안 진짜 맛있는 고깃국을 끓일 수 있다.) 두 마리 치킨(이건 정말 저렴하다. 사두고 한 마리는 바로 닭곰탕 끓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툭툭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밀폐용기에 담아두는데, 주말에 한번 여기에 소금 후추를 뿌리고, 우유를 붓고 튀김가루로 반죽을 해서 식용유에 튀기면, 기가 막힌다.) 그리고 커클랜드 카놀라 유(가격이 저렴해서 닭 튀길 때 아낌없이 넣을 수 있다) 백설 베이컨(물론 양이 많지만, 유통기한도 기니까 두 팩 정도는 바로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었다가 나중에 꺼내 먹는다.) 그리고, 자동차 타이어! 이게 정말 괜찮다. 타이어 가격도 좋지만, 이후 생기는 펑크 같은 작은 문제들은 무료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사고 후회한 것들도 많다. 가끔 내가 사고 후회한 물건을 카트에 담고 가는 분을 보면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다.     

 "그거 별론데.. 혹시 써보고 사시는 거예요?"     

동행한 남편, 또는 딸이 늘 말린다.      

"엄마 제발 그러지 마."      

베이글(양이 너무 많다. 바로 먹으면 맛있지만 냉동실 들어갔다 나온 건 너무 뻣뻣하다. 우리 집 냉동실에 아직도 남아 있다. 아침에 베이글과 크림치즈 커피를 먹을 정도의 고급 취향이라면 굳이 그 한 끼를 뻣뻣한 냉동 베이글로? 한 번은 먹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이사 갈 때까지 냉동실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종 외국 과자들(취향이겠지만 일단 엄청나게 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샌드위치 식빵(양도 많고, 테두리 두껍다. 샌드위치 가게 주인이 아니라면 굳이 살 필요 있을까?), 커클랜드 냉동딸기(이것은 돌덩이인가 딸기인가 생각보다 딸기 맛이 안 난다. 냉동딸기로 청 만드는 방법도 있다던데, 개인적으로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냉동한 딸기를 끓여서 다시 냉장고에? 차라리 무른 딸기를 싸게 사서 청을 담그는 편을 추천한다. 블루베리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냄비들. (이건 정말 비추다. 미국 사람 용이라 그런가? 너무 무거워 손목 나간다, 반드시 들어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인지 확인하고 사야 한다.)      

오늘은 금요일, 오늘 저녁부터 주말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금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일요일 아침, 점심, 저녁! 가족의 끼니 일곱 개가 내 앞에... 있다. 

그래서, 나는 코스트코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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