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 카리스마 폭발 중
평일 오전 코스트코에는 혼자 장을 보는 주부들이 많은 반면 금요일 밤에는 가족을 동반 고객이 많은 느낌이다. 중년 부부의 모습에서 받는 개인적인 느낌은 아내의 기가 남편보다 훨씬 세 보인다는 거다! 확실히 X세대인 그녀들은 확실히 카리스마가 남다르다.
솔직히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당연히 코스트코에 대한 전문성이랄까? 그런 것은 분명 남편보다
아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남편보다 아내가 이곳에 자주 올 것이니 여기 뭐가 있고, 저기 뭐가 있는지에 대한 건 이미 아내의 뇌에 저장돼 있다. 그러다 보니 남편들은 여기저기 한눈을 팔다 아내의 이미 계획된 동선을 거스르고 혼까지 나게 되는 거다. ㅋ
어쨌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스트코에서 제일 돋보이는 남편상은
카트를 끌고 아내 뒤를 잘 따라다니며 아내가 부르면 눈치 빠르게 얼른 다가가 무거운 상자 같은 거 들어주고
어떤 제품 앞에서 살까 말까 고민에 빠진 아내에게는 너의 고민을 백번 이해한다는 듯
다정한 공감의 메시지와 함께 맘에 안 들면 반품하면 되니까 일단 맘에 들면 사!라고 다정한 한마디를 건네는 남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차피 남편의 사라는 그 말에 안 살 물건을 사는 아내는 없다. 지금 아내는 과거
이와 비슷한 물건들에 대한 경험,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휴대폰 검색을 통해 온라인과 코스트코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정도의 추가 정보를 얹어주면 된다.
그는 확실하게 아내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코스트코 쇼핑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조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코스트코를 점령하러 온 장수처럼 각종 생활 용품을 카트에 던져 넣으며 쇼핑을 진두지휘 했다.
그건 안돼! 이건 돼! 그런 결정도 내가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 계산대에서 회원카드 보여주고 결제, 싸인까지 빠바박! 그동안 남편은 계산된 물건을 카트에 차곡차곡 쌓고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나는 남편이 끄는 카트 옆에서 영수증에 적힌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하며
주부 9단의 면모를 뽐내고 천천히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첫 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다음
다시 두 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 층으로 올라가는데
옆으로 첫 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카트들이 보이는 거다.
대부분 생활용품과 생수, 식료품으로 가득가득했는데,
그 사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텅 빈 카트가 있는 거다.
"저 카트엔 뭐가 없다?"
"엥?"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매의 눈으로 그 텅 빈 카트와 카트 주인을 흘~~~~끔 바라봤다.
"뭐야... 달랑 와인이랑 치즈만 담겼는데?"
카트 속에 담긴 와인과 치즈는 난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는 제품이라 무슨 브랜드 인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그리고 카트 주인 남녀. 한눈에 봐도 부부는 아닌 젊은 MZ세대 남녀 커플이었다.
뭔가 그들에게서 풍기는 느낌은 가족애 같은 건 확실하게 아니었다.
뭐지? 코스트코에 어울리지 않는 저 느낌은? 카트를 잡은 그는 그저 쇼핑 보조나 잘하면 되는 남편이 아니라
왠지... 매력 넘치는 남자로 보였다. 옆에 남자의 팔에 매달린 그녀는 눈이 초승달인데, 시선이 남자의 얼굴을 향한다. 분명 쇼핑을 진두지휘하는 장수의 눈을 한 나 같은 아내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설렘 가득한 여자!
나는 언제 저런 눈빛을 해봤던가?
남편도 쓰윽 관찰을 마치더니 피식 웃는다. 나도 피식... 웃는다!
우리가 졌다!!!! 젊은 커플 남녀의 불타는 금요일 밤을 응원해본다. "좋~~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