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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숲 Aug 24. 2018

미국 핫도그, 몰랐던 디테일


핫도그,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무젓가락을 꽂은 소시지를 반죽물에 담갔다가 기름에 튀겨낸 음식.


서울에서 살던 시절, 퇴근 길 지하철 역 앞에는 늘 핫도그를 파는 파란 트럭이 있었다. 대부분은 냄새만 맡으며 지나치게 됐지만, 홀린 듯 핫도그 한 개요, 주문을 하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러면 사장님은 이미 한번 튀겨 내 준비해 둔 핫도그를 주문 즉시 다시 한 번 기름 속에 지글지글 튀겨내신다. 나무젓가락 끝에 휴지로 돌돌 말린 손잡이를 잡고 가장 먼저 하는 일, 수북하게 쌓아 둔 백설탕에 갓 튀긴 핫도그를 푹, 설탕옷을 입히는 것이다. 케첩을 예쁜 모양으로 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음식은 ‘핫도그’ 라고 부른다.


이 음식은 ‘소시지’ 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이 핫도그’를 핫도그라고 부르지 않는다. 담백한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은 음식, 미국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음식을 핫도그라고 부른다. 여기에 별다른 토핑 없이 케첩이나 머스터드가 올라간 간결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물론 토핑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핫도그와 비슷한 형태지만 수제소시지, 또는 좀 더 고급스러운 소시지를 사용한 음식은 핫도그가 아닌 ‘소시지’라고 부른다.


여기에 마트에서 파는, 핫도그를 만들 때 쓰는 저렴한 소시지 자체를 핫도그라고 부르며, 좀 더 고급스러운 소시지는 따로 또 소시지라고 부른다. 그렇다. 이쯤 되면 머리가 아파온다. 이렇게 개념을 익히기까지 사실 시간이 꽤 걸렸다.


마트에서 파는 소시지. 나트륨 함량을 꼭 확인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렴한 소시지인 핫도그로 만든 음식은 ‘핫도그’, 비교적 값이 나가고 고급스러운 소시지로 만든 음식은 ‘소시지’,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이제부터는 편의상, 후자의 소시지도 ‘핫도그’라고 표기하고자 한다.


음식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만큼, 소시지들의 맛과 가격의 차이는 크다. ‘진짜 핫도그’에 쓰이는 저렴한 소시지는 열두 개 들이에 1달러로도 살 수 있을 정도며, 부드러운 식감에 일반적이고 비슷한 맛이다. 이 소시지를 사다가 종종 밥반찬으로 구어서 먹곤 한다.


반면 ‘비싼 핫도그’를 만들 때 쓰는 소시지는 그 모양부터 맛,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이가 닿으면 톡, 하고 터지는 소시지를 상상하면 된다. 소시지에 들어간 고기와 비율, 향신료까지 친절하게 표기돼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구매할 수 있다.


양파토핑을 추가한 감동의 소시지.


캘리포니아 한 도시에서 열린 작은 축제, 좋은 소시지를 사용한 핫도그를 먹어 보았다. 그릴에다가 커다란 소시지를 노릇하게 구어 빵 사이에 넣어 주었는데, 소시지에 벤 불향과 톡 터지는 육즙의 감동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좋은 소시지만 따로 사다가 집에서 핫도그를 간혹 만들어 먹는다. 빵 사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짠 소시지, 나트륨 함량을 꼼꼼히 따져서 비교적 나트륨 함량이 낮은 소시지를 구매한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도 소시지를 판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소시지가 등장한다. 스타벅스에서 내가 가장 즐겨 먹는 메뉴인 ‘브레이크페스트 소시지 샌드위치’에서의 ‘소시지’다. 메뉴만 보고 그 길쭉한 소시지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완전히 다른 소시지가 들어가 있다.


스타벅스의 브레이크페스트 소시지 샌드위치.


스타벅스의 브레이크페이스 소시지 샌드위치의 소시지는 고기 패티의 형태다. 이 메뉴는 번 사이에 고기 패티와 계란, 치즈가 들어간 음식이다.


‘소시지’라는 단어 안에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음식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아는 ‘그 핫도그’는 미국에서 뭐라고 불리며, 어딜 가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 핫도그를 파는 푸드트럭이나 식당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냉동식품 코너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핫도그, ‘콘도그’라고 적혀있다. 나무젓가락이 꼽힌 ‘그 핫도그’는 미국에서 콘도그라고 불리며, 주로 아이들이 먹는 간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손잡이가 있어 먹기가 편한 콘도그, 작은 축제나 페어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냉동식품 코너에서 발견한 콘도그.


조리 방법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븐 조리도 가능하다.    


한국서 먹던 핫도그의 추억에 빠져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뜨끈한 콘도그에 미리 준비해둔 설탕을 뿌려주었다. 케첩도 듬뿍, 두근두근 한 입. 으악, 너무 달잖아!


꿀이 들어간 콘도그의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달고 짜다. 반죽옷이 얇으며 소시지는 짜고 기름지다. 설탕을 빼고 케첩만 뿌려 먹으면 맛이 딱 맞다. 한국서 먹던 맛만 못하지만, 출출할 때 한 개씩 꺼내 먹기에 좋다.


복잡하지만, 알고 먹으면 유익한 ‘핫도그·소시지·콘도그’ 용어 총정리. 미국에서는 핫도그 대신 좋은 소시지를 써서 만든 ‘소시지’를 먹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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