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처음 차를 몰고 간 곳은 아빠가 있는 납골당이었다.
면허증을 보니 재작년 가을에 면허를 땄다. 호기롭게 이유 없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1종 보통을 땄다. 트럭 몰았다. 뿌드읏. 그러고 운전 안 했다. 할 차가 없었다. 쏘카는 면허 따고 1년 뒤부터 탈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면허 따고 1년 내내 운전 안 하다 타면 더 위험할 거 같은데... 암튼. 그리고 또 나 오토 운전할 줄 몰랐다. 헤헤. 오토는 한 발로 운전한 단것도 몰랐어. 22만 원 내고 10시간 연수받기 전까지.
트럭 몰았다. 뿌드읏. 그러고 운전 안 했다.
사실 8시간. 암튼 베테랑 강사님께 운전 잘 배웠다. 연수 첫날부터 라디오 듣고 낄낄거리며 수다까지 떨었으니 말 다했지.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이 일을 해오셨다는 강사님은 따님이 푸딩 카페를 만들어서 본인께 드리겠다는데도 시큰둥하셨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허리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돈 벌어야 한다고 절뚝절뚝 일을 하시는 모습에서도. 막상 내가 푸딩 카페 잘될 거 같다 하니 솔깃하시는 모습에서도. 꽃 앞에서 사진 찍어달라 하시는 모습에서도. 베테랑이라는 자부심에 과거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모습에서도.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 끌고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갔다. 아빠가 있는 곳으로. 갈 데라곤 거기밖에 생각이 안 났다. 주차를 할 때도,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정차했다 출발할 때도,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온통 아빠 생각뿐이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조수석에서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야 하는 사람은 사실 아빠인데... 어렸을 때 들었던 아빠의 운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귀에 맴돌아서 갔다. 아빠 보러.
세상 운전 고수인 우리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너무 고수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항상 그렇다. 항상 그 수많은 유골들로 이루어진 모퉁이를 돌아 아빠의 유골함이 보이는 순간. 분명 오늘은 안 울 거 같았는데도 눈물이 난다. 그러고 나면 그 이유가 생각난다. 눈물이 먼저 생각이 나중. 그날의 이유는 내가 아빠 없이 처음 혼자 차를 운전하게 되었고, 그리고 그렇게 운전해 온 곳이 아빠가 있는 곳이었고, 내 귀에는 계속 운전에 대한 아빠의 이야기들이 들려오니까. 하지만 진짜로 들리진 않으니까.
너무 고수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빠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는데 항상. 우리 아빠 수영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니까. 바다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근데 또 막상 내가 아빠를 보러 갈 곳이 없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날.
그렇게 혼자 잠깐 훌쩍훌쩍 조용히 울고, 더 울기 전에 열심히 달려서 돌아왔다. 아빠로서는 최고였던 사람, 남편으로서는 최악이었던 사람을 다시 그곳에 두고... 나와 아빠의 운명이 다르기를 간절히 바라며 필사적으로 운전해서 돌아왔다. 사실 노래 들으면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