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고른 거 중에 고르는 거 안전하지 편하지 최고다.
난 게으르다. 매우. 정보를 찾는 능력도 없다. 매우. 그래서 유행에 느리고 촌스럽다. 난 영화를 좋아한다. 게으른 사람이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를 좋아하지만 별로 보지 않는다. 좋아한다고 많이 봐야 한다는 거. 편견이다. 그래서 영화제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영화제 2번 가봤다.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랑 전주 국제영화제. 좋아한다고 많이 가봤어야 한다는 거. 편견이다.
영화제에는 이미 열심히 골라놓은 영화만 가득하다.
영화제에는 이미 열심히 골라놓은 영화만 가득하다. 그 영화들을 놓고 내가 다시 고르면 되는 거다. 세상 이렇게 안전하고 편안한 방법이 또 있을 수 없다. 물론 너무 다 좋아 보여서 고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세상 이렇게 행복한 단점이 어디 있나. 영화제에서 골라놓은 영화들의 제목과 스틸샷, 나를 유혹하기 위해 쓰여있는 소개글까지 읽다 보면 목에서 날뛰는 심장을 느낄 수 있다. 신이 난다.
전주 국제영화제에 가고 있다. 히히히히. 3일 동안 영화 9개 본다. 하지만 정작 제일 보고 싶던 영화 2개는 예매 못했다. 앞서 말했듯 촌스러워서 그렇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런 전략도 없이 예매를 하다니... 현장표 구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늉만 해보겠다. 어차피 촌스러워서 또 실패할게 뻔하다. 흑.
극장과 극장 사이에 앉아 손끝에서 심장이 뛸 수 있게 해 보겠다.
3년 전쯤에 처음 갔던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얘기를 3년 내내 하고 다녔다. 서브웨이 먹으면서 극장과 극장을 뛰어다녔다. 입만 놀리고 손은 놀릴 줄 모르는 지윤정은 그때 그 영화들을 입으로만 떠들어 전했다. 이제는 손가락 마디도 꽤 야무지다. 극장과 극장 사이에 앉아 손끝에서 심장이 뛸 수 있게 해 보겠다. 아무것도 아닌 지윤정이지만 지윤정이 본 영화 이야기를 담아보겠다. 커밍쑤운.
ps. 글 다 쓰고 전주를 누비다가 서브웨이를 찾아보니 전주에는 서브웨이가 없다. 3년전에도 없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기억났다. ㅋㅋ 난 도대체 무엇을 먹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