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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Sep 14.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49-신암행어사 리뷰15 산도 춘향

춘향은 결국 문수의 산도로 돌아온다 그리고


일곱 개의 봉인 (또는 “그렇다”와 “아멘”의 노래) 3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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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예언자이고 그리하여 두 바다 사이에 놓여 있는 높은 산등성 위를 떠도는,

후텁지근한 저지대와 지친 나머지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태세를 하고 있다면, 그렇다! 라고 시인하고 그렇다! 라고 웃어주는 번개를 잉태한 채, 예언자적 번갯불을 내려칠 태세를 하고 있다면.

이같이 배불러 있는 자에게 복이 있으라! 그리고 진정, 언젠가 미래의 불을 밝혀야 할 자는 오랫동안 무거운 폭풍우가 되어 산위에 걸쳐 있어야 하리라!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2.

일찍이 나의 분노가 무덤들을 파헤치고 경계석들을 옮기고 낡은 서판들을 부숴 가파른 나락으로 굴려 떨어뜨렸더라면,

일찍이 나의 경멸어린 웃음이 곰팡이 낀 고루한 말들을 불어 날려 보내고, 나 빗자루가 되어 십자거미들에게 다가갔다면, 그리고 말끔히 쓸어내는 바람이 되어 낡고 음습한 묘혈들을 찾아들었다면,

내 일찍이 옛 신들이 묻혀 있는 곳, 세계를 중상한 옛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비를 곁에 두고는 세계를 축복하고, 사랑하며,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앉아 있었다면.

부서진 지붕 사이로 하늘이 티없는 눈길로 내려다보기만 해도 나 교회와 신의 무덤까지도 마른에 들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풀과 빨간 양귀비가 그리하듯이 부서진 교회에 즐겨 앉는다.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3.

일찍이 창조의 힘을 지닌 숨결로부터, 그리고 아직도 우연이라는 것들을 강제하여 별의 윤무를 추도록 하는 저 천상의 곤궁으로부터 한 줄기 숨결이 내게 다가왔다면,

나 일찍이, 행위의 긴 뇌성이 투덜투덜하면서도 고분고분 뒤따르고 있는, 저 창조의 힘을 지닌 번개의 웃음으로 일찍이 웃어보았다면,

나 일찍이 이 대지, 신들의 탁자에 앉아 대지가 요동치고 터져 불길을 토하도록 신들과 주사위놀이를 벌여보았다면,

이 대지가 신들의 탁자이고, 창조의 힘을 지닌 새로운 말과 신들의 주사위놀이로 인해 떨고 있기 때문이다.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4.

나 일찍이 온갖 것이 잘 섞여 있는, 거품이 일고 있는 저 향신료 항아리, 저 혼합물 항아리에 들어 있는 것을 마음껏 마셔보았다면,

내 손에 일찍이 더없이 먼 것을 더업이 가까운 것에, 불을 정신에, 즐거움을 고뇌에, 더없이 고약한 것을 더없이 좋은 것에 쏟아부어주었다면,

나 자신이 혼합물 항아리 속에 있는 온갖 사물들로 하여금 잘 섞이도록 하는, 저 구원의 힘을 지닌 한 알의 소금이라도 된다면.

선과 악을 결합하는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없이 악한 것이라 해도 향신료가 될 가치가 있고 마지막 거품을 넘쳐흐르게 할 가치는 있기 때문이다.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5.

내가 바다에게, 그리고 바다와 같은 성질의 것 모두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면, 어느 때보다도 그것들이 노기를 띠고 내게 덤벼들 때 더 없는 호의를 품고 있다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돛을 올리도록 하는 저 탐색의 즐거움이 내 안에 있고, 뱃사람의 즐거움이 내 즐거움 안에 있다면,

일찍이 너무 기쁜 나머지 나 환성을 질러보았다면. “해안이 사라졌구나. 마지막 사슬이 내게서 떨어져나갔구나.

무한한 것이 내 주위에서 물결치고 있으며 저 멀리 공간과 시간이 반짝이고 있구나. 자! 오라! 노회한 마음이여!“하고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6.

나의 덕이 춤추는 자의 덕이라면, 그리하여 나 자주 두 발로 황금과 에메랄드의 황홀경 속으로 뛰어들어 가보았다면,

나의 악의가 웃음을 머금은 악의이고, 장미의 언덕과 백합의 울타리를 제 집으로 하고 있다면.

웃음 속에 온갖 악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지만 악은 그 자체의 복으로 말미암아 성인의 반열에 올라 죄 사함을 받기 때문이다.

무거운 것 모두가 가볍게 되고, 신체 모두가 춤추는 자가 되며, 정신 모두가 새가 되는 것, 그것이 내게 알파이자 오메가라면. 진정.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알파이자 오메가렷다!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7.

나 일찍이 고요한 하늘들을 내 머리 위에 펼쳐놓고 나 자신의 날개로 나 자신의 하늘들을 향해 날아보았다면,

놀이를 해가며 깊은 빛 저 멀리로 헤엄쳐 가보았다면, 그리고 나의 자유에 새의 지혜가 찾아들기라도 했다면,

하지만 새의 지혜는 말한다. “보라,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너 자신을 던져보아라, 사방으로, 밖으로, 뒤로, 너 가벼운 자여! 노래하라!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고!

말이란 것은 하나같이 몸이 무거운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몸이 가벼운 자들에게는 말이란 것이 하나같이 거짓말이 아닌가? 노래하라! 더 이상 말은 하지 말고!“

오, 나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혼인반지를, 저 회귀의 반지를 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이제껏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차라투스트라 3부 끝.







/








새처럼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자 차라투스트라. 일곱개의 춤과 노래로 일곱개의 봉인을 풀고서 그는 이제 더이상 몰락하지 않는다. 이제는 더이상 낮아질 필요가 없으니까. 오로지 자기가 원하는 바다로 끝없이 중력의 령과 멀어지는 날갯짓 외엔 아무것도 필요없으니까.



신암행어사의 산도 춘향 또한 정말이지 자유로운 새처럼 춤과 노래를 불렀다. 허나 그녀는 아직 차라투스트라처럼 제대로 몰락해보지 못했고, 그래서 아지태의 감언이설에 속아 문수를 적으로 대하게 된다. 그러나 문수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산도를 믿으려고 한다.



이미 눈빛이 변해버린 산도에게 공격당한 적 있는 방자는 이제 산도 춘향은 아지태의 부하니까 공격하자고 말하지만 문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춘향은 여전히 우리의 산도며, 동료를 공격하는 머저리가 세상 어디에 있냐고. 그동안 산도가 수없이 우리를 구해줬으니 이제는 우리가 산도를 구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이제는 우리가 산도를 구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문수의 마음엔, 전투 시작전 미토 영감의 질문이 짙게 자리잡고 있었다. 과연 산도와 문수는 서로를 진심으로 믿었냐고. 자연의 이치는, 진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너희 둘의 신뢰하는 마음도 과연 그러했냐고... 허나 이런 믿음을 보여주기 위한 문수의 포용에도 불구하고 산도는



문수의 팔 하나를 날려버리고 오로지 아지태만이 자신의 빛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보통은 이쯤 되면 아무리 이전에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어도 모조리 잊어버힌 후에 전력을 다해서 싸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허나 뿌리깊은 나무 문수는 자신이 산도를 얼마나 믿는지 한번 더 자신의 뿌리깊숙한 산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이미 팔 하나를 베였음에도 마치 남은 팔 하나도 내줄수 있다는듯이 무방비로 산도를 대하는 문수. 그제서야 산도는 정신을 차리고 과거를 제대로 기억해낸다. 문수와 방자와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그 회상들. 게다가 문수는 그 와중에도 내가 분재냐면서 농담을 하고 자기 팔을 벤 사람을 꿀밤 정도로 용서하며 넘어가주는 대인배의 아량을 보인다. 결국 이 3인조는 아지태에 맞서서  다시 감격의 재회에 선공한다.



그리고 그동안 문수는 자기가 죽으면 괜히 싸우다 개죽음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치라고 방자와 산도에게 말해왔지만, 이번엔 완전히 반대로 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악과 싸우라고 명한다. 이는 마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에서 사소한 악들로 넘쳐나는 도시는 일일히 상대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만, 중력의 령이라는 최대의 적을 상대로는 죽음조차 각오하고 전력을 다해 싸운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아지태가 정말로 문수 앞에 나타난다.



세상은 결코 오만한 녀석에게 영광을 주지 않기에 문수는 신이든 뭐든 이길 수 있다고 신념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무기도 모두 내버리고 남은 한 손만으로 아지태를 작살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당연히 아지태는 이런 문수를 우습게 생각하고, 곧바로 자기의 시선으로 문수를


문수의 남은 한 팔과 한쪽 눈마저 박살내버린다. 당연히 문수는 극한의 고통과 출혈로 괴로워하고, 이를 보는 사람들도 아지태의 이 말도 안되는 신과 같은 힘에 문수마저 당해버리는건가 하고 생각하며 공포에 떨게 된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단 한명, 산도와 마찬가지로 한때 아지태의 수하였던 영실이 생애 마지막으로 용기를 낸다!


허나 또다시 아지태가 시선을 보는 것만으로 영실은 당해버린다. 그리고 이제 태산보다 큰 거인은 웃으면서 죽음에 가까워진다... 마치 차라투스트라가 웃음으로서 신을 살해하자고 했듯이, 문수도 아지태를 보며 웃는다.




그렇지만 이제 문수는 웃음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선 채로 죽은 문수를 보며 아지태는 진심으로 안도하지만, 이제 문수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신조차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한 수가 남아 있었다.



너무나 문수를 두려워했기에 문수 외에는 아무 것에도 시선을 두려 하지 않았던 아지태. 그리고 이제 그의 계산과 예지를 완전히 벗어난 야수가 깨어나 그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계속... 다음화로 마무리. 최종회 영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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