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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Sep 15.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50-신암행어사 마무리 영원회귀

처음과 끝. 영원회귀의 시간속으로

조짐. 차라투스트라 4부 및 최종부의 끝. 534p-538p



밤이 가고 아침이 되자 차라투스트라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띠를 두르고는 컴컴한 산 뒤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처럼 불타는 모습으로 늠름하게 동굴 밖으로 나왔다.

“너, 위대한 천체여, 너, 그윽한 행복의 눈동자여, 네가 비추어줄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너의 행복이겠느냐!” 그는 언젠가 했던 말을 했다.

“그리고 네가 벌써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베풀고 나누어주고 있는데도 저들이 아직 방 안에 저토록 틀어박혀 있으니 너의 긍지 높은 수치심으로는 얼마나 화가 화가 날 일이랴!

좋다. 내가 이렇게 깨어 있는데도, 저들은,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은 아직도 잠에 빠져 있으니, 저들은 나의 신실한 길동무가 못 된다! 내가 여기 내 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저들은 아니다.

나 내게 주어진 과업을 향해, 나의 대낮을 향해 나아가련다. 그러나 저들은 나의 아침의 조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발걸음, 그것도 저들을 깨우는 기상신호는 되지 못한다.

저들은 아직도 나의 동굴에서 잠자고 있으며, 저들의 꿈은 앚기도 나의 깊디깊은 밤을 되씹고 있다. 내게 귀 기울여 순종하는 그런 귀가 저들에게는 없다.“

막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하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때 그는 웬일인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독수리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좋다! 참으로 마음에 든다. 그래야 한다. 내가 잠에서 깨니 나의 짐승들도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구나.

나의 독수리도 꺠어나 나처럼 태양을 기리고 있구나. 날카로운 발톱으로 새로운 햇살을 움켜잡고 있구나. 너희는 나의 신실한 짐승들이다. 나, 너희를 사랑한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 신실한 인간이 없구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무수히 많은 새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어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날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새들이 그의 머리 둘레로 어지럽게 몰려들자 그는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그것은 진정, 구름처럼, 막 찾아낸 적의 머리 위로 구름처럼 쏟아지는 화살처럼 그의 머리 위를 덮쳐왔다. 그러나 보라. 그것은 사랑의, 새로운 벗의 머리 위로 몰려드는 사랑의 구름이었으니.

“이 무슨 일이지?” 차라투스트라는 놀란 마음으로 묻고는 그의 동굴 어귀 커다란 돌 위에 천천히 앉았다. 그러고 나서, 그가 손을 이리저리, 위아래로 휘둘러가며 그 상냥한 새들을 막고 있을 때였다. 그에게 더욱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는 동안 저도 모르게 어떤 무성하고 따뜻한 머리 갈기 속으로 손을 넣고 만 것이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사자의 부드럽고 긴 포효였다.

“조짐이 나타나고 이쑥나.”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다. 그러자 실로, 그의 발 아래 힘센 누런 짐승 한 마리가 엎드려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자는 마치 옛 주인을 되찾은 개라도 되는 양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도무지 차라투스트라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비둘기들도 사랑에 있어서는 사자 못지않게 열렬했다. 비둘기가 사자의 코 끝을 살며시 스쳐 지나가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사자는 머리를 흔들고 괴이쩍어 하면서 웃어주었다.

“아, 내 아이들이 가까이 와 있구나. 내 아이들이.”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차라투스트라는 이 한마디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곧 숙연해졌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풀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럴내려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 그는 무심해졌다. 그리하여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달려드는 짐승들을 막지도 않았다. 그때 이리저리 날던 비둘기들이 차라투스트라의 어깨에 내려앉아 그의 흰 머리카락을 사랑스레 토닥여가며 그 부드러움과 환희를 마음껏 즐겼다. 힘센 사자는 차라투스트라의 손등에 떨어진 눈물을 연신 핥고 포효해대고는 수줍은 듯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고, 짐승들의 행동이 이러했다.

긴 시간이 흘렀다. 아니면 짧은 시간이. 정확히 말해서 그런 일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그 사이에 차라투스트라의 동굴 안에 있던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도 잠에서 깨어났고, 밖으로 나와 차라투스트라에게 아침인사를 할 생각에 나란히 섰다. 밖으로 나와 차라투스트라에게 아침인사를 할 생각에 나란히 섰다. 저들이 깨어났을 땐 이미 차라투스트라가 그곳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들이 동굴 문에 이르고, 저들의 발소리가 저들을 앞질러 시끄럽게 울리자 놀란 사자가 차라투스트라를 뒤로 하고는 갑자기 동굴을 향하여 포효하면서 사납게 돌진했다. 그 포효에 혼비백산한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은 일제히 그리고 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동굴 속으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차라투스트라 자신은 멍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놀란 표정을 한 채 그렇게 서서 마음 속으로 묻고 생각해보았다. 그는 혼자였다. “무슨 소리였지?” 그는 이윽고 천천히 말했다. “방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이내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하여 어제와 오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 여기 바로 그 돌이 있구나. 어제 아침 나 그 위에 앉아 있있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때 저 예언자가 내게 다가왔고 나 여기에서 처음으로 부르짖임을, 내가 방금 들은 커다란, 저 절박한 부르짖음을 들었지.

오,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어제 아침 저 늙은 예언자가 내게 예언을 했던 것, 그것은 그대들이 처해 있는 곤경에 관한 것이었지.

그가 나를 그대들이 처해 있는 곤경으로 꾀어내어 시험해보려 했던 것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 그대를 그대의 마지막 죄로 끌어들이기 위해 왔노라.’ 그가 한 말이었지.

나의 마지막 죄라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외치고는 역정이 나 그 자신의 말을 비웃었다. “무엇이 나의 마지막 죄로서 내게 아직 남아 있다는 말인가?”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그 커다란 돌 위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것은 연민이다!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그는 소리쳤고 그의 얼굴은 청동빛으로 변했다. “좋다! 그것도 이제 끝이 났으니!

나의 고뇌와 나의 연민, 그것이 다 뭐란 말이냐! 나 행복에 뜻을 두고 있기라도 한가? 나 내게 주어진 과업에 뜻을 두고 있거늘!

좋다! 사자는 이미 여기 와 있으며 내 아이들도 가까이에 와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성숙해졌다. 나의 때가 온 것이다.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의 시작이다.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너, 위대한 정오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의 동굴을 떠났다. 컴컴한 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처럼 불타는 모습으로 늠름하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끝​









/









모든 것이 반복되고 돌고 돈다.



프롤로그, 시작이 하나의 끈이었고


니체처럼 문수와 산도는 난적을 물리쳤다. 두 번.


문수는 불타는 태양처럼 늘름하게 서 있었다


놀랍게도 방자도 그 누구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문수는 이제 계월향과 함께 떠났으리라 먼 여행을


그래도 그의 유지를 이어받는 자들은 또 나타나고


악몽으로 또 괴로워하는 사람도 또 있으리라


놀랍게도 원술도 죽지 않고서 산도에게 제안한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길동무였으니까.



처음과 끝이 또 영원히. 어쩌면 차이와 반복으로.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50. 신암행어사 리뷰 16.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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