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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2. 2020

이성복의 그 날 시처럼 나의 그 날 병이 도지고

비가 많이 오는 이 장마철의 끝. 그 날 처럼...

  





















그 날 병         /        이상하 2014 05 16


참돔 낚시가 유일한 낙이던 아버지는 그 날 티비 앞에 누우셨다 돌부처마냥 일어나질 못하셔서 담배를 무셨다 오 년만에. 내 매주 가줘야 거기 괴기배 선장이나 횟집주인장도 밥 묵고 사는 거 아이가 자랑하듯 늘어놓던 그는 저녁 도미찜에 찌푸리며 상호 엄마 한동안 물고기 반찬 올리지 말그레이 사람이 우째 물고기 묵겠노... ... 오 년전 그 날에 주말이면 뒷산 깔딱바위에 올라 막걸리 한잔이 인생이라 외치시다가 끊고 실어증을 앓으실 때처럼. 산들바람들이 자꾸만 자기에게 환청처럼 속삭일까 오를 엄두가 나지 않으셨다고 그리고 나서 바다를 찾으셨다 누구나 잊지 않으면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셨다. 그래 이번에도 우리는 소주 두 병을 빈 위장에 든든히 채우고 국화꽃 한송이 꾹 쥐고서 엄숙히 지새우면 다음날은 또 친구와 맥주 한잔으로 웃음짓는 정상 인생을 살 것이다 다만 뒤집어지는 것은 바닥을 가진 존재들만은 아닌데도, 서울의 낡은 망루가 타오르며 헐릴 때에도 평택 장미들의 농성장이 뿌리 채 뽑혀나갈 때에도 이름도 없는 고시원생이 꽃피우기도 전 한평 반짜리 관에서 올해도 홀로 목을 매는데 다들 뒤집혀진 채 살아내기도 힘겨운데 우리는 언제쯤 스스로를 도로 뒤집는 병을 앓아볼까

한 시인이 흘린 말처럼
누구나 그 날 당일에는 신음소리를 삼켜냈다
모두가 아파했는데 아무도 병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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