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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Mar 04. 2024

새벽 불면 속 암초와 나침반-스샷에세이 또는 일기

제갈공명의 꾀주머니처럼 내 사진과 스샷에서 또 꺼내기


일요일 낮 나는 멀리서 찾아온 친구와 최신 영화를 즐기고 미국 출장갔다온 후일담을 듣고 자주 가던 맛집에서 양껏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또 나만의 시간을 위해 내 취향의 만화와 축구를 보며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끽했다. 이쯤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요일이 아닐까 싶은데 새벽이 찾아오자 난 또 백석의 시구처럼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잠들고 나면 또 출근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어른이는 오래된 스샷과 사진들의 바다로 깊이 잠수에 들어갔다


바닷속엔 온갖 암초가 가득했다. 이제 분명 지나간 암초인데도 다시 그 뾰족한 기억들을 떠올리니 심장이 아프고 허파가 찔린 상처들이 다시 솟아난 듯했다. 갑자기 순간적인 서러움을 넘어 모든 게 허무하고 사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울에 빠져든다. 근무도 빨래도 오늘 해야 하는데 다 때려치우고 침대와 한 몸이 될까 모든 걸 내려놓는 쉬운 길은 없을까 한숨을 쉬고


그렇지만 다행히 깊은 대양엔 지나간 암초만 저장되어 있지는 않다. 내가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외우다시피 했지만 시간이 흘러 잊어버린 소중한 나침반과 보물지도들도 암초 옆에 걸린 채로 그대로 그대로. 분명 내가 굳이 하나하나 저장해둘만큼 내 마음을 움직였던 좋은 문장들과 좋은 사진들은 4년 만에 다시 본다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살아라. 봄이 왔으니까


아남고 또 사랑을 하자.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수천번 상처받아도 첫 사랑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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