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 내부 공사로 닫혀서 아쉬웠고 잠시 마음에서 멀리 두었던 홍대역의 마포 평생학습관. 드디어 그 공사가 끝나고 반가운 마음에 또한 두 달간 대출 중이었던 책들도 반납할 겸 바로 불금에 홍대의 도서관으로 발을 옮긴다
평소 들고 다니던 노트북가방에 반납할 책 다섯 권을 추가하니 나름 건장한 내 어깨가 휘청인다. 다행히도 마포평생학습관은 홍대역에서 아주 가까운 평지라는 최적의 입지. 역시나 모든 책을 다 보진 못하고 반은 못 읽었지만 또 다음에 읽을 기회가 있겠지 하고 바로 반납 후에 신간 코너에서 새로운 보물을 찾아본다
제목부터 강렬한 매혹적인 냄새를 풍긴다.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왠지 비슷한 제목을 이전에 본 것도 같은데 책 뒤편에 글쓴이 소개를 보니 역시나였다.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등 이전에도 가짜라는 키워드로 한국사회를 분석하는 김태형 사회학자님의 시리즈로 신간이 나왔다
가짜 행복과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를 넘어 이제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이후를 말하기.두시간 동안 책에 빠져서 후루룩 다 읽고 요약해서 한줄평을 말하자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21세기 한국사회에 맞춰서 리메이크한 듯한 책이다.
우리는 다들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다들 정말로 원하는 게 내가 남을 아껴주는 사랑일까 아니면 나를 돋보이게 하고 나를 사회적 존중이라는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트로피일까. 저자는 한국사회가 90년대 이후 극심한 경쟁 압력과 가족 학교같은 기초 공동체의 붕괴로 가족으로부터의 기본적인 존중과 사랑이 무너졌고 그게 더 글로리 같은 인기 드라마로 표현되었다고 본다.
부모 자식 간에조차 존중도 사랑도 없는데 완벽한 타인이었던 사람끼리의 연애 관계 또한 갑자기 잘 될 리가 없다. 네가 내게 잘 대해주면 나도 너에게 잘 해보겠다. 그런 조건부 사랑은 사실상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아닐까, 그런 가짜 사랑을 벗어나 서로가 각자 독립적이고 자존적 존재이면서도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 둘이서 하나이면서도 둘인 모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관계는 그저 꿈이고 망상일까? 저자 김태형은 이것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가며 나름의 대안적인 사랑과 대안적 사회에 대해 조심스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