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주워들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었던가 오늘 어떤 책으로 좀 괜찮은 보물을 찾았다고 글을 쓸지 머뭇머뭇 우물쭈물하다가 묘지의 망령처럼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언젠가 내가 또 이렇게 바보 같을 줄 알았지 에휴!
물론 그렇다고 아무 책도 안 읽고 아무것도 안 쓴 건 아니었다.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나 골목식당 같은 음식 예능에서 거의 성공한 먹방만 나오지만, 가끔 실패한 가게를 특집으로 내보내며 얼마나 쓰레기같은 식당이나 빌런이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오늘은 한번 실패한 보물찾기에 대해 제대로 휘갈겨볼까 써보는 중이었다.
소설 제목이 오프닝 건너뛰기 라니.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에 걸맞은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좋은 제목에 뭔가 멜랑콜리할듯 하면서도 따뜻할 것만 같은 뒤표지 평론가가 남긴 멋진 추천사까지. 그렇게 낚여서 열심히 40페이지 가량을 도서관에서 바로 읽었지만 오랜만에 내 안목이 갑자기 거지같아졌나 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 시간낭비를 해버렸다아ㅏㅏ 외치며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주제도 멋진 캐릭터도 인과성 튼튼한 스토리텔링도 없이 그저 일상 그 자체를 보여주겠다는 듯한 포스트모던한 단편소설이었다. 이런 게 21세기의 새로운 소설이랍시고 포장되어 팔린다면 난 그냥 차라리 영원히 나관중과 빅토르 위고를 우상화하는 19세기 근대인이라고 주장하는 꼰대이고 싶다 라고 독설로 가득한 말로 가득한 리뷰가 아닌 비난과 폄하... 라고 할 뻔
그래서 오늘 급하게 똥통에 빠진듯한 내 마음을 환기시켜 보려고 서울을 벗어났다.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만둣국과 오이소박이 국수도 먹으니 역시 다른 곳은 몰라도 수요미식회에 나온 맛집은 타율이 높고 만족스럽다. 함부로 소설 같지도 않은 소설에 손찌검당한 내 영혼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준, 영혼을 치유해 준 소울 푸드를 또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또한 삶의 보물이 아닐까
맛집을 갔으니 전망 좋은 카페도 가야지. 친구가 찾아낸 팔당에서 한강뷰가 제일 좋은 카페라는 곳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아인슈페너와 자몽 타르트를 한입 먹으니 서울을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마치 한국을 벗어나 외국 카페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놀라운 착각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