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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26. 2024

고우영 십팔사략 1권 강태공 -도서관 보물찾기

엎지른 물만큼 땅은 굳어질까




고인이 되신 한국 만화계의 대부, 고우영 화백의 역작 십팔사략 1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강태공이다. 달기와 주왕의 주지육림으로 유명한 고대 중국의 주나라를 무너뜨리고 은나라를 건국한 재상의 대명사 태공망, 세월을 낚는 낚시꾼의 대명사로 수천 년 전해진 그 이름...


쌀 한 톨 돈 한 푼 버는 것 없이 집에서 공부하다가 마누라가 잔소리하면 한가로이 낚시하러 나간 태공망. 고대 중국에서 나이 70이 되도록 태공망을 참아주고 그를 먹여 살려준 것이면 마누라 또한 태공망 못지않게 비범한 사람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하지만 그녀는 아쉽게도 태공망이 은의 무왕에게 발탁되기 직전에 그를 떠났다.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며. 수십 년 동안 백발이 될 때까지 같이 살고 홀로 힘으로 먹여 살렸으니 충분히 그녀의 언행도 그럴만하다


그리고 몇 년 뒤 하늘이 뒤집히고 태공망은 은나라의 no.2 일인지하 만인지상 재상님으로 당당히 금의환향한다. 황금 수레를 타고 수백 명의 호위를 받으며 고향으로 행차하는데 익숙한 노파가 자신을 부른다... 나를 버렸던 마누라. 그녀 앞에서 강태공은 조용히 물을 엎지른


그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있으면 담아보라고 일갈하는 강태공. 우리의 관계도 그와 같다며 날카롭게 눈을 흘리는 태공망... 어릴 적 중학생 때 이 일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 그만큼 부부관계는 중요하구나 힘들 때도 서로 헤어지지 말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더랬지. 하지만 나이을 먹으니 태공망의 속좁은 게 아닌가 실망감이 든다. 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권세를 누리고 있고 70을 넘었으면 이제 살 날이 많이 남지도 않았는데 꼭 그렇게 야속하게 내쳐야 했을까...


수십 년 자기를 먹여살린 은혜를 봐서


수십 년 같이 먹고 살았던 정을 봐서라도


마지막이라도 좋게 끝내면 서로 좋지 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마지막을 잘 끝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관계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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