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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27.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1-MCU스포 에세이 예고.

21세기 과학기술문명의 시대에 왜 슈퍼히어로일까

고매하다는 자에 대하여 196-199

(체 전집 번역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다수 인용 및 필사함)



나의 바다 밑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익살맞은 괴물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나의 심연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러면서도 떠도는 수수께끼와 웃음으로 반짝인다.

나 오늘 어떤 고매하다는 자, 어떤 엄숙한 자, 정신의 참회자를 보았다. 그 추한 꼴에 내 영혼이 어찌 그리 웃어대던지!

숨을 잔뜩 들이마신 자처럼 가슴을 부풀린 채, 그 고매하다는 자는 그렇게 말 없이 서 있었다.

사냥에서 잡은 볼썽 사나운 진리로 치장을 하고 갈기갈기 찢긴 옷을 겹겹이 겹친 채 말이다. 거기에다 많은 가시덩굴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장미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를,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 앚기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 사냥꾼은 시름에 잠긴 채 깨침의 숲에서 돌아온 것이다.

들짐승과 한바탕 하고서 말이다. 그 엄숙한 얼굴에 아직도 한 마리의 들짐승이, 극복되지 못한 들짐승의 모습이 어른대고 있구나!

여차하면 덤벼들려는 호랑이처럼 그는 여전히 그곳에 그렇게 서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긴장하고 있는 영혼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도 하나같이 내 취미에 맞지 않고.

벗들이여, 취향과 미각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니라고 하려는가? 일체의 생명이 취향과 미각을 둘러싼 투쟁이거늘!

취향. 그것은 저울추인 동시에 저울판이요 저울질하는 자다. 저울추와 저울판, 그리고 저울질하는 자와의 실랑이 없이 삶을 영유하고자 하는 일체의 생명체에게 화가 있을 지어다!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기 자신의 고매함이란 것에 싫증을 느끼게 될 때, 그때가 돼서야 그가 지닌 아름다움은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나 그를 음미할 것이며, 그 진가를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릴 때, 그때가 돼서야 그는 그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자신의 태양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저 정신의 참회자는 너무 오랫동안 그늘 속에 앉아 있었고, 그 때문에 그의 볼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리고 이것저것 기다리느라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경멸이 서려 있다. 입가에는 역겨움이 감추어져 있고. 또 지금 쉬고는 있지만, 그는 여지껏 양지에 앉아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그는 수소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의 행복은 이 대지를 경멸하는 악취가 아니라 대지의 향기를 내뿜어야 했고.

나 흰 수소가 되어 숨을 몰아쉬고, 울부짖어가며 쟁기를 끌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의 울음소리가 지상의 모든 것을 예찬하는 찬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의 표정은 아직도 어둡다. 손 그림자가 그의 얼굴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빛 또한 여전히 그늘져 있고.

아직은 그의 행위 자체가 그를 덮고 있는 그늘이다. 손이 그 행동하는 자를 어둡게 만들고 있으니. 그는 아직도 자신의 행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내 본래 그의 수소 목덜미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제는 천사의 눈동자도 보고 싶다.

그는 그 자신의 영웅적 의지도 잊어야 하리라. 고매한 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양된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의지가 박약한 그를 하늘의 에테르가 드높여주어야 하리라!

그는 괴수들을 제압하고 수수께끼도 풀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자신의 괴수들과 수수께끼를 구제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저들을 천상의 어린아이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의 깨침, 그것은 아직 웃음을 배우지 못했고 시샘 없이 존재하는 법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의 세찬 열정은 아직도 아름다움 속에서 진정되지 않고 있고.

진정, 그의 열망이 포만감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러 침묵하고 침잠하기를! 우아함이란 것은 위대한 사상을 갖고 있는 자의 아량에나 속하는 것이다.

팔을 머리 위에 얹고, 영웅은 그렇게 쉬어야 하며, 그렇게 그 자신의 휴식까지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영웅에게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그 어느 것보다도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온갖 격렬한 의지로도 얻어낼 수 없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약간의 넘침, 약간의 모자람, 여기서는 이것이 더 많은 것이며 더없이 많은 것이다.

고매하다는 자들이여,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의지의 고삐를 푼 채 그렇게 서 있는 일이 너희 모두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리라!

힘이 관대해져 가시적인 것 안으로 내려올 때, 나 그같은 하강을 두고 아름다움이라고 부른다.

너 막강한 자여,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로부터 아름다움을 원한다. 너의 호의가 너의 마지막 자기정복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온갖 악을 자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나 너에게서 선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나는 마비되어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앞발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겁쟁이들을 자주 비웃어주었다!

기둥의 덕을 너는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둥은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더 아름답고 유연해지지만, 그 내부는 점점 더 견고해져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 너 고매한 자여, 언젠가 너 아름다워져야 하며 네 자신의 아름다움을 거울에 비추어보아야 하리라.

그렇게 되면 너의 영혼은 신성한 욕망 앞에서 몸부림칠 것이다. 그리고 너의 허영 속에도 경배하는 마음이 깃들게 되리라!

영혼의 비밀이 바로 이런 것이니, 영웅이 영혼을 저버려야 비로소 꿈속에서 영웅 이상의 영웅이 그 영혼에게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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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다. 어쩌면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처럼 70-80 년대에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스타워즈 키즈들이 양산되었듯이, 헐리우드가 더 세계화된 이 시대에 아바타마저 제끼고 역대 1위 흥행을 해낸 어벤저스4-엔드게임으로 인해 마블 키즈라는 새로운 세대가 현하고 호명되는 것을 우리세대는 직접 체험중일지도 모르겠다.





왜 양자컴퓨터나 유전자조작 생명공학같은 최첨단 과학이 나날이 진보중인 이 21세기에,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를 연상시킬 만큼 엄청난 극한의 육체미를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이른바 글로벌 메가트랜드, 한국말론 대세가 되었을까? 이에 대해 경제적 격차나 국제정치적 갈등의 요인이나 서브컬쳐에 대한 문화적 인식변동 등등 수많은 전문가의 분석이 실로 차고 넘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결국 과학기술 문명이 점점 진보하고 시스템이 공고해질수록, 이 거대한 체제 안에서 '진정한 변혁'의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화산업에서나마 외로이 혼자서 시스템 자체에 도전하고 대결하는 슈퍼히어로같은 존재를 염원하고 소비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리고 이 혼자서도 강한 슈퍼 히어로들이 뭉쳐서 더 거대한 집단이나 역대급 위기에 대응하는, 이른바 팀-업 무비라는 어벤저스 시리즈가 창조한  판타지에 나를 포함한 전세계 수억명의 대중들은 그렇게나 열광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모든 법칙에는 씁쓸한 예외도 있다...



그래서 20세기 슈퍼히어로 영화의 대표였던 DC의 슈퍼맨 같은 캐릭터와 21세기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투톱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탄생부터 성장과정까지 매우 다르다.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우연히 뚝 떨어진 외계인이지만 스티브 로저스나 토니 스타크는 20세기에 미국에 태어나고 자란 흔한 인간인 것이다. 슈퍼맨은 어릴때부터 외계인이라 실로 지구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티브나 토니는 인간이 만들어낸 약물강화나 연구개발로 슈퍼히어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초자연적으로 우연히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능력이기에 인간 때문에 갈등하게 되고, 니체가 자주 쓰는 말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계들 때문에 고뇌한다. 토니는 알콜과 약물중독으로, 스티브는 믿고 충성했던 국가기관의 음모와 배신으로 인해 신념이 흔들린다.


술병 속의 악마로 인해 피폐해진 아이언맨



하이드라와 싸우기 위해 캡틴이 되었지만 현실은...




이렇게 누구나 한번쯤 비슷하게 힘들었고 갈등했던 내면이 있는 히어로이기에 사람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의 수많은 캐릭터들에 공감하고 스토리텔링에 감정이입하는게 가능했다. 그 현실적 예시 중 하나로 심지어 지난 평창올림픽에 스켈레톤 종목 금메달을 따낸 윤형빈 선수는 마블에서 후원이나 광고를 받은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아이언맨 헬멧을 만들어서 쓰고 출전했고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열광했었다. 른바 성공한 덕후이자 한국에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 비인기종목의 한계를 스스로를 극복해낸, 신화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스포츠 영웅 윤형빈은, 마치 이언맨 1편에서 혼자 동굴에서 잉센이라는 조수 한명 데리고 아크 리액터라는 현대기술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발명을 해낸 토니 스타크와 겹쳐보이는 면이 있기에 더더욱 사람들이 판타지에 젖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마치 이전에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요정마냥 갑자기 튀어나온 김연아 선수가 벤쿠버 올림픽에서  200점이 넘는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처럼.




그리고 재미있게도 니체의 이번 글은 이런 인간적인 한계를 지고서 그걸 극복하려는 슈퍼히어로의 도래에 대해 마치 예언하고 있는 듯 하지 않는가? 그리고 니체의 다른 글들도 현대의 취향과 예술에 대해 흥미롭게 다루는 구절이 실로 넘쳐 흐른다. 그래서 나는 이번 글부터는 2008년 아이언맨 1편에서 2019년 어벤저스4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2 파 프롬 홈에 이르는 11년간의 MCU에 대해서 스포일러 에세이를 써보고자 한다.

 


혹시 눈치빠른 분들은 이미 니체의 수많은 말 중에서 내가 어떤 구절을 집어내서 어벤저스의 어떤 슈퍼히어로에 대해 말할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블랙위도우 캡틴아메리카 스칼렛위치 등등... 너무나 각자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MCU에 많지만 이번 니체의 고매하다는 자들에 대하여 글과 연관시켜서 해석한다면 역시 국내 개봉명 퍼스트 어벤저, 캡틴 아메리카를 떼놓고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어벤저스1에서 다소 유치하게 토니와 말싸움하는 캡틴 스티브 로저스는 과연 영웅인가? 그리고 니체가 말하는 영웅 이상의 영웅이 될수 있을까? 다음 글부터는 천천히 이를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해보기로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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