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28. 2019

호날두,유벤투스,게임 속 우연.회상일기190726

내 안의 분노와 폭력성 글로 풀어보기

화가 났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난 지금은 리버풀 FC와 대구FC의 경기를 종종 챙겨보는 축구팬이지만 그 이전에 맨유에 뛰는 박지성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팬이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06년 이전엔 솔직히 유럽 클럽 축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요즘엔 거의 조롱용으로 사용되는 FC코리아, 풋볼클럽 대한민국을 응원하러 02년 월드컵에 거리응원을 나왔던 수백만의 붉은악마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박지성 때문에 맨유 경기를 매주 챙겨보게 되자 오히려 박지성보다 호날두의 퍼포먼스가 점점 내 마음에 들어왔었다. 특히 09년도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측면 윙어로 뛰는 데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에서 30골을 넘게 넣는 최다 득점자라니. 실로 축구의 포지션 개념을 파괴하는 눈이 즐거운 플레이가 뭔지 호날두는 온몸으로 보여주며 매일매일, 그때부터 생긴 별명인 '골무원' 처럼 매일 출근하면 골을 넣었다. 종종 개인플레이가 심하고 박지성이 뻔히 마크가 없는데도 패스 안한다고 욕먹기도 했지만 난 그당시 어린 호날두의 패기만만함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와 내가 같은 또래이기에 좀 더 쉽게 감정이입했던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맨유에서 염원하던  리그와 챔스 우승을 요즘말로 하드캐리한 후에 호날두는 천억이 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솔직히 이적할 당시엔 '호날두가 맨유에서 공을 몰아주니까 그렇게 골을 많이 넣은거지 ...  레알마드리드엔 호날두보다 거대한 슈퍼스타가 즐비하니까 그런 개인플레이하다가 골넣는 플레이는 끝났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야말로 10년전 축알못의 오산이었다. 호날두는 메시와 경쟁하면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메호대전이 열렸고 서로 불붙은 그 둘은 정말 비상식적인, 그야말로 게임에서나 가능한 미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엄청나게 많은 골을 넣어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골을 넣고 수백억의 연봉을 받으며 슈퍼스타로 살았지만 그래도 호날두는 레알마드리드에 섭섭한 것이 있었나보다. 아마도 세금과 탈세 법 문제가 컸으리라. 결국 분쟁에 지쳤는지 호날두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 7회 연속 우승으로 빛나는 유벤투스로 이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탈세해놓고 그걸 레알 구단에 문제를 떠넘기다가 이탈리아로 도망가냐고 비판했지만 그때도 난 솔직히 호날두 편이었다. 



호날두, 아니 우리형은 하루종일 축구에 미쳐있는 사람이라 세금 문제같은 복잡한 걸 알리가 없을 거라고. 경영대 나온 나도 어려운 문제인데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았던 우리형에게 그런 문제는 구단 직원들과 회계사가 알아서 다 해결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소위 피의 쉴드를 치곤 했다. 허나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 첫해라곤 해도 영 퍼포먼스가 시원치 않았다. 리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승했지만 이적료에 걸맞지 않는 챔스 8강이란 성적으로는 전세계의 수천만 팬들을 만족시킬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축구커뮤니티를 통해 들었다.


상암 경기장에서 가장 먼 좌석이 3만원이라고 들었다. 3만원. 어떤 사람에겐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금액이지만 나에겐 그렇게 작은 돈은 아니었다. 이 돈가지고 일주일을 고민했다면 믿어지는가? 그러나 고민끝에 난 왠지 호날두를 실제로 보더라도 무슨 위닝 피파 게임마냥 조그맣게 얼굴도 잘 안 보일 것이라고. 내가 못먹는 건 상한게 틀림없다는 흔해빠진 신포도의 논리로 스스로를 겨우 설득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었고, 비가 많이, 너무 많이 오는중에 비극이 일어났다.






물론 그도 피곤했을 것이다. 비행기를 직접 타본 적은 없지만 서울내에서 버스만 두 시간 타도 피곤한게 사람인데 유럽에서 아시아로 열시간 넘게 하늘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중에 사람 몸이 영향을 안 받을수는 없을 것이다. 그전에 중국에선 풀타임을 소화하고 골까지 넣을 정도로 열심히 뛰는 것도 이미 다 봤다. 역시 호날두는 프로다 아시아 친선경기를 와서도 적당히 뛰지 않는다 아 지금이라도 상암에 암표라도 구해볼까 이런 망상까지도 했지만 주중에 계속 비오는 장마기간이라서 직관은 결국 포기했다.


그런데 유벤투스가 중국에서 경기 당일에 비행기로 와서 그날 밤에 또 비행기를 탄타는 소식을 들었다. 전날에 와서 미리 푹 자도 피로와 시차때문에 컨디션이 엉망인 경우가 손흥민도 비일비재한데 어제 중국에서 풀타임을 뛰고서 당일에 비행기를 탄다고? 그리고 그날밤에 바로 다시 이탈리아로 간다고? 난 이때까지도 호날두를 걱정했다. 아이고 우리형 프리시즌 경기에 무리하다가 부상당하면 안되는데 다음시즌엔 챔스 결승 가야하는데... 그러나 그는 유베 감독 사리에 따르면 경기 자체를 결장하겠다고 이미 전날에 결정했다. 


그리고 경기장에 킥오프 시간이 지나서도 도착도 안하는, 20년 넘게 축구보면서 한번도 본적없는 그야말로 동네축구만도 못 사태가 일어났고 경기장 관객들은 계속 비를 맞으며 57분이 지나서야 킥오프를 시작했다. 선발명단에 호날두는 없었다. 사람들은 중국에서 피곤했으니까 후반에 나올거다. 뉴스에서 45분 이상 의무출전한다고 다들 보지 않았냐. 그렇게들 말하고 나도 인터넷 중계로 그런 채팅을 치고 있었다. 다행히 오스마르와 세징야의 골로 호날두가 없어도 경기는 볼만했다.그리고 후반이 시작하고... 경기장 사람들이 끝없이 호날두 호날두를 외치면서 60분이 지나고... 75분이 지나도... 호날두는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스 타임이 되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외쳤다.










리오넬 메시!! 메시!! 메시!!!






그리고 나는 정말이지 우연찮게도, 여름휴가 내내 돌리던 풋볼매니저2012 게임을 에버튼 감독으로 즐기다가 챔피언스리그 8강전 조추첨식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팀을 만나버렸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1-MCU스포 에세이 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