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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잠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꿈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꿈을 꾸면 그 이야기를 나누고 기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하는데요, 뇌 과학적으로 잠을 자고 있는 도중에 뇌의 일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기억이나 내가 가진 정보를 장면으로 재생하는 것이 꿈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꾼다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 내가 다른 세계에 놓인 기분이랄까요. 그럼 메모해 둔 꿈을 살짝 꺼내보겠습니다.
2020.06.12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꿈에서조차 이미 떠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으면 사라질까 꾹 참았다. 붙잡고 있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끝내 뱉자마자 잠에서 깨어났다. 눈물을 머금고 겨우 쓰다듬은 할머니의 따스한 볼의 온기가 여전히 손에 남았다. 날 바라보는 눈빛과 머금은 미소 또한 변함이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밀려드는 그리움과 왠지 모를 후회로 베갯잇을 푹 적셨다. 다시 하루가 돌아 밤이 될 때까지도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다시 할머니가 떠오를 때면 어김없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왜 이제서일까. 별들의 사진을 보고 물었다. 보고 싶어. 거기 있어?
2021.02.16
어떤 학교 같은 곳이었는지 몇 명이서 팀을 이뤄서 활동을 했다.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 같은 곳에 들어갔고 그 뒤엔 편의점 사무실처럼 작은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 또 뒷문이 달려있었는데 그 문을 여니까 외국으로 통하는 곳이었다.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광활하고 황량한 느낌이었다. 바다였고 흐린 날 해가 지는 것처럼 어둑했으며 시야를 막는 큰 바위들이 있어서 바다도 바위 사이사이로 봐야 했다. 너무 놀라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고 감탄만 했다.
이 글들은 비교적 정돈이 되어있는 메모이나,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휘갈겨 쓴 탓에 저도 못 알아보는 것들도 많습니다. 써둔 메모를 읽으면 놀랍게도 그때의 꿈이 다시 머릿속에 재생됩니다. 이 외에도 저는 꿈을 주제로 글을 많이 씁니다. 평소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것이 꿈과 향입니다만, 어쩌면 어떤 기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꿈은 당연한 이치로 기억과 깊은 연관이 있고, 향도 맡은 날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곤 하니까요.
말도 안 되게 판타지적인 꿈을 꾸는가 하면 실제보다 더 생생해서 놀란 가슴 움켜 잡고 깨어날 때도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자각몽이라는 것도 꿉니다. 자각몽 속에서 저는 항상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러다 ‘어 이 꿈 예전에도 꿨는데.’하는 생각이 들면 현실로 돌아옵니다. 물은 무의식을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자각몽 속에서 자연스럽게 헤엄친다는 것은 어쩌면 제 무의식과 편안히 소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의 꿈에 내가 나타날 땐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나, 꿈에 담긴 의미를 해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꿈은 우리만의 언어입니다. 타인과 완전히 공유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내밀한 이야기죠. 매일 밤 우리는 잠들며 또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엽니다.
향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꿈도 잊고 있던 기억의 서랍을 열어젖히곤 합니다. 그리고는 우리를 그 시절로, 그 사람에게로, 그 마음으로 데려가죠. 어쩌면 우리는 꿈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채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