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5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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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저는 매일 아침 8시 10분에 지하철을 탑니다. 항상 5호차 앞쪽 문으로 타서 끝자리를 노립니다. 포기할 수 없는 40분간의 안식처이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7년이 넘었는데, 지하철 안에서 관찰하게 되는 사람들의 패턴을 보고있노라면 참 흥미롭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에 타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기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 정장 차림의 아저씨, 항상 책을 읽는 대학생,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직장인까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건데, 알고 보니 다들 저와 비슷한 루틴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 아저씨는 항상 제가 앉는 반대쪽 구석자리에 앉으려 하고, 책 읽는 학생은 5호차 중간쯤에서 기둥에 기대어 서 있어요.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만, 몇 달 지켜보니 확실한 패턴이었습니다.


직장 생활 초기만 해도 지하철에서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핸드폰만 들여다보거나 멍하니 광고를 보곤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지하철 시간 활용법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내기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좋았죠. 요즘은 이렇게 글을 쓰고있지만요.


문이 열리자마자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무언의 게임 같습니다. 특히 앉을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미묘한 경쟁은 정말 치열해요. 가끔은 지하철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도 벌어집니다. 갑자기 지연되어 모든 승객이 함께 짜증을 내거나, 휠체어 탄 승객이 문에 껴서 모두가 도우며 걱정하던 순간들. 그럴 때면 평소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잠깐이나마 같은 마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지겨울 때도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칸, 같은 사람들을 보다 보면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 안에서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새로 생긴 광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사람들의 옷차림, 가끔 등장하는 새로운 얼굴들까지.


결국 출퇴근 지하철은 우리 일상의 작은 축소판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잠시 함께 움직이는 공간이자, 하루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개인적인 시간이기도 하죠. 40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상들이 쌓여서 우리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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