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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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저는 어제도 한차례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이별은 어째서 수차례 겪고도 무뎌지지 않는지 야속할 노릇입니다. 이별의 대상자는 동네 친구입니다. 고이 손 편지를 적어 맛있는 카페 쿠키와 함께 전달했습니다. 덤덤한 척했지만 3년간 매달 주기적으로 만나던 사이였는데, 마지막 인사를 나누니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이사로 인한 이별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아쉬움도 함께 보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던 시기에 그 친구를 만나 저도 모르게 정을 많이 주었습니다. 우리는 처음 만날 때부터 그랬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리는 사이가 되었죠.


돌이켜보니 이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친구와의 이별, 연인과의 이별,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일상이 된 것에 대한 이별. 어떤 이별은 예고된 것이었고, 어떤 이별은 갑작스러웠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이별은 제 마음 한구석에 작게 그을려 남아있습니다. 이별이 익숙해지면 좋겠는데, 매번 이렇게 서먹해지는 게 참 이상합니다. 이별이란 말은 그 단어 자체로 아프고, 몇 번을 반복하고도 그 앞에서는 여전히 어색한 초보자가 되곤 합니다.


친구와 헤어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별이 무뎌지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이겠죠. 만약 그 시간들이 별 의미 없었다면, 이별도 그저 일상의 한 부분으로 흘러갔을 테니까요. 친구와는 이제 헤어지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 소소한 마음들, 따뜻했던 순간들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습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기억 속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의되는 순간 말이에요.


이제 이별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는 연습을 합니다. 이별은 늘 아프지만 자연스러운 것으로, 슬프지만 필요한 것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요. 친구가 앞으로도 행복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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