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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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야구 시청은 단발적인 도파민과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동시에 주는 모순적인 행위라는 말이 있죠.


저는 10여 년 된 야구팬입니다. 야구 시청은 제 취미이자, 도파민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반대로 스트레스를 주는 주범이자, 일상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 동반자입니다. 비시즌엔 정말이지 우울해요. 마침 오늘은 야구 없는 날이고요.

(모두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응원하는 구단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입니다.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터진 역전 홈런에 우리는 환호하지만, 그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경기에서 또 다른 절망을 맛봅니다. 승리의 쾌감은 하루를 못 가지만, 패배의 여운은 일주일도 넘게 마음 한편을 차지하죠.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봅니다. 스포츠 경기 하나에 울고 웃고, 매일 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스코어를 확인하고, 하이라이트를 찾아보고, 퇴근 후나 주말이면 경기장을 찾거나 TV 앞에 앉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불확실성이 우리를 계속 붙잡아 두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아웃까지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그 가능성.


일상도 그렇지 않나요?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도 언젠가는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 야구장에서 느끼는 그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야구팬들은 유독 미신을 많이 믿습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야 팀이 이긴다거나, 특정 음식을 먹어야 홈런이 나온다거나.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일들이지만, 그런 작은 의식들이 불안을 달래주는 것도 사실이죠.


결국 야구를 좋아한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좋아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절망적이고 때로는 희망적인, 그 모순적인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 같은 거요.


그러니까 다음에 누군가 "야구,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네, 좋아해요. 그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들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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