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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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젊음을 잃은 시대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고령화가 지속되면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상상하고 글을 썼었죠.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젊음을 동경한 나머지 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수술이 만연한 세상입니다.


그 소설 속 세상에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서둘러 호르몬을 제공해 줄 사람을 찾아 젊은 나이의 몸으로 되돌아갑니다. 주름은 펴지고, 백발은 검어지며, 굽은 등은 곧게 펴집니다. 하지만 기억만은 그대로 남아있어 젊은 육체 안에 중, 노년의 영혼이 갇혀 있는 기묘한 존재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죠.


처음에는 이 설정이 단순한 판타지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점점 소름이 돋았던 점은 이것이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와 얼마나 다른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왔습니다.


나이 듦을 거부하는 문화는 아마도 젊음이 희소해진 순간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젊음은 점점 더 귀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젊음이 곧 경쟁력이고, 아름다움이고, 가능성의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젊음이 당연해지면 언제까지 이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해 줄까? 하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나이가 들수록 진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젊음이란 단순히 탱탱한 피부나 빠른 신진대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되니까요.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타인의 평가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말입니다.


제가 가장 주의하는 말은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어.'라는 핑계입니다. 세상에 늦은 것은 없어요. 40대에 처음 대학에 간 저희 엄마, 50대에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저희 아빠, 70대에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저희 할머니. 그분들의 눈빛에서 스무 살 청년보다 더 빛나는 젊음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젊은 몸이 아니라 젊은 마음일지도 몰라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술보다 더 필요한 것은, 나이 듦을 받아들이면서도 내면의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는 용기일 것입니다. 젊음을 잃은 시대라고 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젊음의 정의를 잃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젊음을 되찾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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