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사람의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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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저는 병렬 독서가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집중력이 짧고 산만해서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죠. 요즘 제가 병렬 독서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1. 출퇴근 시 읽는 책 1권

2. 회사에서 한가할 때 몰래 읽는 이북 1권

3. 집에서 자기 전에 집중하며 읽는 책 1권


지하철과 회사에서 읽는 책은 대체로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입니다.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도 읽힐 만한 것들이죠. 여기서 철학서나 전문서적을 펼쳤다간 한 줄도 머리에 안 들어와요. 대신 스마트폰만 보다가 내릴 뻔했던 시간이 책장 넘기는 소리로 채워지니까, 나름 뿌듯합니다. 회사에서는 몰래 화면을 띄워놓고 슬쩍슬쩍 읽는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읽을 때가 더 집중이 잘 되기도 합니다. 금지된 것의 달콤함일까요?


집에서 자기 전에 읽는 책은 주로 좀 무겁고 진지한 책들입니다. 이때만큼은 정말 조용히, 온전히 책과 마주할 수 있거든요. 자기 계발서나 철학책, 때로는 시집도요.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책이 얼굴에 떨어지는 건 병렬독서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한 권씩 끝까지 읽으려고 했습니다. 재미없어도, 지루해도, 졸려도 꾸역꾸역 읽었죠. 그런데 그렇게 읽다 보니 그냥 글자만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더라고요. 읽기는 읽었는데 읽은 게 아닌 그런 허무한 느낌이요.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읽던 소설을 다 읽지 못했음에도 침대 맡에 있는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졌어요.


"뭐 어때? 두 권 다 읽으면 되잖아."


그렇게 시작된 병렬독서가 오히려 더 즐거웠습니다. 소설이 지루해지면 에세이로 갈아탔다가, 에세이가 무거워지면 다시 소설로 돌아왔어요. 마치 음식 코스 요리를 먹는 것처럼, 입맛을 바꿔가며 읽으니까 더 맛있게 읽혔습니다.


이렇게 세 권을 돌려가며 읽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서로 다른 책의 내용이 묘하게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아침에 읽던 소설 속 인물의 고민이, 점심에 읽던 심리학 책의 이론과 겹치고, 밤에 읽던 철학책의 구절과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마치 우주가 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는 독서법을 찾길 희망합니다. 책을 읽고 싶지만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독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병렬독서가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또 추천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어수선해도, 그래도 안 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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