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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그렌 증후군을 아시나요? 쇼그렌인지 쉐그렌인지 쉐그린인지 이름도 생소한 그 질환이 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몇 달 채 되지 않았습니다.
손목이 아파서 1년을 넘게 한방, 양방 병원을 찾아다니며 침술, 주사 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물리치료 등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도저히 낫지를 않아 관절염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의사의 말은 의외였습니다.
“평소에 눈이나 입이 많이 건조하신가요?”
저는 누구나 이만큼은 다들 건조하게 사는 줄 알았어요.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은 필수고, 입이 마르다 못해 목이 자주 아프고 탈이 났지만 그저 기관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술은 립밤 없이는 못 살 정도고, 피부도 건조한 편이라 온도변화에 민감한 편입니다. 이 모든 걸 겪으면서도 심각하게 여긴 적은 없었는데요, 앞서 말했다시피 누구나 이 정도는 겪는 일인 줄 알았으니까요.
“쇼그렌 증후군입니다.”
젊은 나이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긴 하다만 이게 무슨 말인지 그 순간 머릿속은 하얘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 만성질환, 완치 불가능… 이름도 생소한 이 질병이 앞으로 내 삶의 동반자가 될 거라는 말인가? 화면에 떠오르는 단어들과 함께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녀석은 대표적으로 눈과 입을 건조하게 만들고, 피부증상은 물론 관절염과 동시에 다른 장기에 침범하여 염증을 퍼트리는 문제아였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외면했던가요. 질염, 방광염, 위염과 동고동락 한지도 수년 째, 이유 모를 피부 질환에 간지러움과 싸우고, 손목 통증에 수십만 원을 썼습니다.
근데 어쩌겠어요. 완치가 불가능하다면, 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최대한 증상을 관리하면서 공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면역력 관리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가장 어려운 식사 습관 바꾸기도 노력했습니다. 매운 음식이나 짠 음식은 전보다 피하게 되었고, 천천히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커피도 줄였고 물을 마시는 양을 늘리려 하루 할당량을 채웠죠.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습니다.
쇼그렌인지 쉐그렌인지 쉐그린인지의 증후군을 앓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몸 안에서는 면역체계가 제 몸을 역으로 공격하고 있어요.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녀석도 제 몸의 일부가 되었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누군가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힘든 날들이 있겠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괜찮은 날들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괜찮은 날들을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고요.